[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Gemini 생성형 이미지지난해 벤처투자 시장에서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투자 혹한기 속에 전통의 강호인 증권사 계열 VC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자금력을 앞세운 은행계 VC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상위권 판도를 흔들었다.
4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 등을 통해 금융계열 VC의 투자액을 집계한 결과 KB인베스트먼트가 전년 대비 878억원 증가한 2939억원을 투자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벤처투자조합을 통해 투자 활동을 펼친 전체 422개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금액이다.
특히 KB인베스트먼트는 딥테크 중심으로 투자를 늘렸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지난해 투자 포트폴리오는 AI(인공지능) 등 딥테크 분야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9월 1600억원 규모의 'KB딥테크스케일업펀드'를 결성하며 실탄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영상 이해 AI 기업 트웰브랩스 외에도 AI 제품 분석 플랫폼 콕스웨이브, AI 보안 전문기업 이로운앤컴퍼니 등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를 집행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올해도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딥테크 분야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KB금융(141,400원 ▲2,600 +1.87%)그룹은 최근 1600억원 규모의 모험자본 펀드를 추가로 결성해 AI, 로보틱스 등 첨단산업 육성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KB인베스트먼트가 국내 딥테크 생태계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며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도 전년(1291억원)보다 258억원 늘어난 1549억원을 투자하며 '톱3' 진입에 성공했다. 2023년 우리금융그룹 편입(구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이후 그룹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올인베스트먼트 시절부터 회사를 이끌던 김창규 대표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투자금액과 운용자산(AUM)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반면 벤처투자 시장의 전통의 강호인 증권사 계열 VC들은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2024년 1위였던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2772억원을 집행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전년 대비 투자 규모가 287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2000억원대 후반의 금액을 투자하면서 전통의 강호다운 면모는 유지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25,500원 ▲3,400 +15.38%) 역시 1342억원을 투자해 5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지켰으나, 폭발적인 투자 확대보다는 시장 상황을 관망하며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키움인베스트먼트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전년(1056억원) 대비 174억원 줄어든 882억원을 집행하며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증권사 계열 VC들이 일제히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유지하는 선에 그치면서 업계 전반의 리스크 관리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금융그룹 계열 VC 투자 현황/그래픽=윤선정은행계 VC 중에서도 내부 전열을 재정비하며 쉬어가는 곳도 있었다. 신한벤처투자는 전년 대비 558억원 감소한 1508억원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우리벤처파트너스 출신의 박선배 대표 취임 이후 신규 펀드 결성과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조직 재정비에 나선 하나벤처스는 투자금액이 677억원으로 전년(1291억원)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양재혁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는 등 큰 변화를 겪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스틱벤처스로 자리를 옮긴 강문수 상무를 비롯해 정지웅 경영기획본부장, 강훈모 상무 등 주요 인력들이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났다.
이후 외부 인력 영입을 통해 조직 정비에 나서면서 투자보다는 관리 영역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길준일 전 녹십자홀딩스(15,410원 ▲310 +2.05%) 상무와 박상우 전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상무를 비롯해 ES인베스터 출신 유성욱 상무, 마젤란기술투자 출신 문미랑 상무보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조직 안정화를 마무리한 하나벤처스는 올해 신규 펀드 결성에 도전하며 다시 투자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벤처스 관계자는 "지난해 사후관리를 강화하면서 전년 대비 투자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혹한기일수록 모기업의 자금 지원이 가능한 금융계열 VC의 존재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은행권 VC들이 스타트업 육성을 그룹 핵심 과제로 삼고 있어 당분간 이들의 시장 주도권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