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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력 부문 신규 투자 대부분이 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태양광에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해상풍력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인허가와 공사에 10년 이상 소요된다. 반면 태양광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 분산 자원으로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고도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속도다. 대형 발전 설비를 기다리는 사이, 글로벌 AI 경쟁 구도는 이미 상당 부분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은 쉽지 않다. 산지 태양광과 대규모 풍력 단지는 입지 갈등과 환경 훼손 논란에 반복적으로 부딪힌다.
송전선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본 구조 측면의 고민도 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상당수가 글로벌 인프라 펀드에 의해 선점되면서 장기적으로 전력 수익과 에너지 자산의 과실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의 해답은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전국에 흩어진 건물, 산업단지, 창고의 지붕이다. 개별 규모는 작지만 모이면 상당한 규모의 발전 잠재력을 가진다. 전력 시스템에 롱테일(Long Tail) 개념을 적용하면 이해가 쉽다. '티끌'과 같은 다수의 소규모 자원이 모여 전력 시스템을 지탱하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이 자원들을 계통 운영과 전력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발전량을 예측하고 계통 상황에 맞춰 제어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정책과 제도, 그리고 이를 실제로 구현할 운영·관리 플랫폼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올해 3월부터 호남권에서 집중 시행되는 준중앙급전 발전제도는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출력 제어와 급전이 가능한 '계통 서비스 자원'으로 편입하기 위한 장치다. 일부 요건을 갖춘 분산 자원은 향후 실시간 전력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국에 흩어진 수천 개 분산 설비를 예측·제어·관리할 기술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분산 자원은 실질적 전력 인프라로 기능하기 어렵다. 이러한 흐름에서 일부 민간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투자, 설치, 운영, 거래를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고 분산 자원을 하나의 가상발전소(VPP)로 운영하는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와 발전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며 전력 시스템 방향이 바뀌고 있다. 공통 키워드는 '분산 에너지'와 '플랫폼'이다. 국가 차원에서 분산 에너지와 VPP, 재생에너지 금융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동시에 민간은 롱테일 분산 자원을 어떻게 모으고 어떤 데이터와 AI 엔진으로 운영하며, 어떤 플랫폼 구조로 전력 시장과 연결할지 설계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고민할 것은 롱테일 전력 생태계다. '누가 그 에너지 자산을 나눠 갖고, 어떤 플랫폼을 통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가'가 향후 10년 전력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