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난 10년간 유례없는 압축 성장을 이뤄냈다. 정부의 공격적인 R&D(연구개발) 투자와 벤처펀드 조성은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우아한형제들, 당근마켓, 컬리 등 20여개의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켰고, 이는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이 됐다.
그러나 이 성과가 곧바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는지는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여전히 실증 이후 상용화, 국내 시장 안착 이후 해외 확장 단계에서 구조적인 장벽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스타트업 정책은 중대한 전환점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탄생'에 초점을 맞췄다면 향후 10년은 글로벌 표준과 제도를 선점하고 기업이 세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해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술 보유가 아니라 그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글로벌 제도권 내에서 시장성을 입증하느냐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 있어도 이를 시험하고 확산할 수 있는 규제 환경, 실증 인프라, 해외 제도 연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은 실험 단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특히, AX(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핵심인 데이터 활용,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자율주행, 핀테크의 국경 없는 금융 서비스는 모두 국내법과 글로벌 스탠다드의 격차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은 이미 자국 스타트업을 활용해 글로벌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제도적 리더십'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인공지능법(AI Act)이나 미국의 행정명령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자국 기업에 유리한 시장 질서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이제 정책은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시장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스타트업은 더 이상 보호가 필요한 '약자'가 아니다. 현재 국내 유수의 스타트업들은 이미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주역으로서 그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일례로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는 글로벌 성능 평가에서 세계 10대 프런티어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AI 반도체 분야의 리벨리온은 지난해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업 CB인사이트의 '전세계 100대 AI 기업'에 선정되며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라이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책 AI기업 휴메인과 전략적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라이너는 국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선정된 SK텔레콤 컨소시엄에 참여해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의 신뢰성과 정확도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맡는 등 선도 기업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스타트업이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디지털 주권을 지키는 전략적 동맹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의 제도 개선 목소리를 글로벌 표준 수립을 위한 혁신의 발판으로 삼을 때, 우리는 기술 선진국을 뒤쫓는 단계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의장으로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이끌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우리 스타트업들은 이미 대한민국 산업 전환의 핵심 동력으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 동력은 국경 밖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여전히 규제와 글로벌 연결의 벽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수많은 스타트업의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
스타트업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는 정부가 스타트업을 지원 대상이 아닌 정책의 공동설계자로 인정하고 제도 설계에 동참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스타트업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국가 혁신의 엔진으로서 혁신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이 국가 전략의 핵심 설계자로 자리 잡는 전환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