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에너지 위기 시대, 발 묶인 원자력 인재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6.03.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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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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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바레인 시트라 섬에 위치한 국영 석유회사인 '밥코에너지' 정유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사진=로이터
9일(현지시간) 바레인 시트라 섬에 위치한 국영 석유회사인 '밥코에너지' 정유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사진=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촉발된 중동 긴장은 에너지 안보의 현실을 다시 일깨우며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최근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 전기자동차 확산으로 전력 수요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 세계가 '전기화' 흐름에 들어서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가 됐다.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꼽힌다. 50년 넘게 축적된 원전 설계·운영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기록은 중요한 자산이다. 최근에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새로운 시장도 빠르게 열리고 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까지 글로벌 SMR 시장 규모가 60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흐름 속에서 원전 혁신에 도전장을 내미는 스타트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차세대 원전 엔지니어링 기업 알엑스(RX), 레이저 기반 동위원소 분리 기술을 개발한 큐토프, 소형 핵융합 중성자 발생 장치를 개발하는 큐빔솔루션 등이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코어기업에 선정됐다. 출연연 연구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동시에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할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가능성도 엿보게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지만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자력 분야에서는 전문인력 활용을 가로막는 제약이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 한 원자력 스타트업 대표는 "출연연에서 은퇴한 고급 연구자가 있어도 만 66세가 넘으면 제도상 정부 R&D(연구개발)이나 기술사업화에 다시 참여시키기 어렵다"며 "전문인력이 부족한 산업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제약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출연연의 일부 연구자는 보통 61세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이나 자문 등의 형태로 연구 활동을 이어간다. 그러나 만 66세를 넘기면 출연연 규정에 따라 정부 R&D 과제나 일부 기술사업화 프로그램 참여가 제한된다. 반면 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이미 나이 제한을 완화해 70세 이상 전문가도 계약직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원자력 설계와 안전분석, 장비제작과 운영까지 이어지는 전문성은 오랜 현장 경험과 노하우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런 전문인력들이 제도적 제약으로 산업 현장에서 활동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 경쟁력의 손실이다.

문제는 인력 기반 자체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5만명의 원전 전문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은 아직 미비한 게 현실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을 둘러싼 정책 방향이 흔들리면서 국내 대학(원)에서 원자력 관련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공공 연구기관의 낡은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신속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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