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정책자금 불법 브로커와의 전쟁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기사 입력 2026.04.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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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열린 제3자 부당개입 없는 정책자금 생태계 조성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IMG1@(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열린 제3자 부당개입 없는 정책자금 생태계 조성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책자금을 불법으로 알선하고 이득을 챙기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자 정부가 또다시 칼을 빼들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2월 불법 브로커 근절을 위한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TF(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경찰과 합동단속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엔 최대 200만원을 지급하는 불법 브로커 신고 포상금 제도도 도입했다.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불법 브로커가 여전히 성행한다. 포털과 유튜브, 소셜미디어를 조금만 검색해도 '정책자금 승인율 95%' 같은 문구를 내건 광고가 넘쳐난다. 프리랜서 플랫폼에서도 정책자금 전문가라는 간판을 내건 브로커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기부가 직접 이들 플랫폼과 협력해 모니터링까지 나설 정도다.

공공기관이나 협력기관을 사칭해 정책자금을 받아주겠다고 속이는 일도 허다하다. 아예 공공기관 직원이 퇴직 후 전문 브로커로 변신하거나 컨설팅학원 강사로 취직해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자금조달이 시급한 중소·벤처기업이나 초기 창업기업 대표자의 개인정보까지 불법으로 탈취해 영업에 활용한다고 한다. 적발을 피하기 위해 수수료 대신 고액 보험상품 가입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책자금 지원규모가 커질 때마다 그 길목을 지키고 서서 혈세를 가로채는 이들의 수법은 날로 교묘해진다.

불법 브로커가 활개를 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정책자금 종류는 많고 신청절차는 복잡하기 때문이다. 정부기관·사업별로 요구하는 서류와 절차가 제각각이다 보니 '해본 사람만 유리한 게임'이 됐다.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이나 초기 창업기업엔 적합한 지원사업을 찾아 신청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실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진행한 설문에서 브로커를 활용하는 이유로 '신청절차 복잡'(31.2%) '온라인 신청부담'(18.8%)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5년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실태 조사'에서도 '엄격한 지원요건'(36%)과 '과도한 서류제출 요구'(33.3%)가 정책자금 신청과정에서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사실상 정부가 만든 정보 비대칭 속에 불법 브로커가 활개를 치며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정작 도움이 절실한 기업들이 기회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불법 브로커를 뿌리 뽑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이들을 양산하는 정보 비대칭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신청절차와 서류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하고 누구나 쉽게 정책자금을 신청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기업에 맞는 정책자금을 제시하고 신청절차를 신속히 안내·처리하는 '공공컨설턴트'로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정책자금 시장의 비효율성을 걷어내고 불법 브로커가 설 자리를 제거해야 '정책자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을 불식할 수 있다.

불법 브로커 처벌 또한 일벌백계로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불법 브로커를 적발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적발된 불법 브로커의 절반가량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거나 주의에 그쳤다는 점이 지적됐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시장을 교란하고 혈세를 편취하는 국가 경제범죄로 다뤄야 한다.

중기부는 불법 브로커 단속을 강화하고 정책자금 지원사업 심사체계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정부도 불법 브로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책자금 신청 간소화 등 비슷한 대책들을 발표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구조개혁이 아닌 단편적인 조치에 그쳤다.

올해 중기부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8% 늘어난 16조5233억원에 달한다.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제1차 추가경정예산 1조6903억원까지 더하면 전체 예산은 18조2000억원이 넘는다. 늘어난 예산이 브로커의 주머니가 아닌 중소기업과 혁신기업의 성장에 온전히 쓰이도록 이번엔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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