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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지난 몇 년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디지털전환(DX)을 무기로 기존 산업의 문법을 파괴하는 '게임체인저'들의 눈부신 성장을 목도해 왔다. 이들은 금융, 숙박, 유통 등 일상의 구조를 혁신하며 수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그러나 화려한 성적표 뒤에는 뼈아픈 공통점이 존재한다. 압도적인 국내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한 '내수용 유니콘'의 한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우리 서비스 산업이 안방 시장에 머무는 사이 글로벌 주요국은 이미 테크 기반 서비스업을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재편하며 '무형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이 좁은 내수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규제 해소를 넘어 산업 전체의 '제도적 기초 체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14년째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의 제정이 우리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인 서비스업은 현재 명목 GDP의 44%, 취업자의 65%를 담당하며 외형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내실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민간 서비스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지난 20여년간 제조업의 40% 수준에 머물며 고질적인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CT, 콘텐츠, 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팬데믹 이전인 2010년대 후반 추세를 10%나 밑돌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플랫폼과 디지털 서비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이를 고도화하고 질적 성장을 견인할 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과거의 문법에 갇혀 있다. 혁신 서비스가 양적으로는 팽창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범부처 차원의 체계적인 육성책과 인프라 지원이 부재했던 탓에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지 못하고 생산성 정체로 이어진 것이다.
이제 서비스법을 통해 구조적 정체를 타파하고 서비스업을 독립된 핵심 전략산업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서비스업을 보조적 수단으로 여기던 과거의 낡은 관성에서 벗어나 민간자본이 빠르게 투입되고 혁신 기반의 '포용적 정책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스타트업계가 법안 제정에 실용적인 기대를 거는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의 현대화'에 있다. 기존 R&D(연구개발) 지원 방식은 형태가 있는 결과물을 중시하는 제조업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반면 무형의 자산이 핵심인 플랫폼 산업에서 알고리즘 고도화나 UX 디자인 등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원은 현행 R&D 체계 내에서 충분히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불일치'가 서비스 산업의 혁신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비스법은 서비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R&D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이에 기반한 금융·세제 혜택의 근거를 명시한다. 이는 우리 스타트업이 보유한 '무형의 기술 자산'을 공식적인 혁신 지표로 인정받게 함으로써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강력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또한 범정부 차원의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통해 부처 간 칸막이 규제를 해소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신산업 등장 시 반복되는 정책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안전판이 되어줄 전망이다.
지난 10여년간 서비스법은 공공성 보전이라는 가치와 부딪히며 공전을 거듭해왔다. 이제 제22대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안들은 보건·의료 관련 주요 법령의 우선 적용을 명시함으로써 사회적 우려를 수용하고 실무적인 타협점을 마련해뒀다.
서비스법은 단순한 규제 완화 법안이 아니다. 우리 스타트업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거대한 자본 및 기술과 대등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국가적 인프라 확대' 정책이다.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 경제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혁신기업들이 제조업과 동등한 정책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제22대 국회가 서비스법의 조속한 처리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놓아주길 기대한다. 입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엔진인 스타트업들과 발맞춰 정책적 결실을 맺어주기를 간곡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