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칼럼]
올해 딥테크(첨단기술) 정책을 살펴봤다. 우선 정부는 AI(인공지능), 우주항공, 양자,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 5대 초격차 산업을 중심으로 원천기술 확보와 글로벌 스케일업을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부처들은 '딥테크 스케일업 밸리' 조성과 스케일업 팁스(TIPS) 확대를 위한 대규모 R&D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역 혁신거점 간 연계도 강화하는 등 민간 주도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참석한 한 간담회에서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보다 희망적인 담론들이 오갔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대기업과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혹은 대기업을 성장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딥테크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스갯 소리로 "20여년 전 투자를 했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딥테크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이는 단순한 분위기 변화에 그치지 않고, 향후 또다른 20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동시에 우리 산업 생태계의 지형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딥테크 기업의 성장을 단순히 기술력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패는 기술 그 자체보다 시장과 환경을 읽는 능력, 즉 '미래예측(foresight)'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시장과의 정렬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화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VC(벤처캐피탈)와 딥테크 사이에는 목표 설정에 간극이 발생하고, 이는 종종 투자 지연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딥테크는 첨단기술과 과학적 발견을 기반으로 높은 혁신성과 잠재적 가치를 지닌 반면 동시에 시장 진입과 사업화 과정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딥테크 창업자는 기술의 완성도와 연구의 진전을 중시하는 반면 VC는 시장 검증과 빠른 사업화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한다. 이런 경우 투자자금이 시장 검증이 아닌 추가 연구에 투입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러한 불확실성은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간극은 투자시점에도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과학적 성향과 VC 투자시점 사이에 '역 U자형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과학성이 낮은 스타트업은 기술적 가치가 부족해 투자유치가 어렵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과학성이 높아질수록 투자 매력도가 증가해 초기 투자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이를 넘어 기술성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시장 검증 부족과 투자자와의 인식 차이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투자시점이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투자 매력도는 단순한 기술 수준이 아니라 과학성·기술성·시장성 간의 적절한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VC 투자시점도 기업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VC 투자가 늦어질수록 스타트업에 대한 총 투자금이 감소하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후속투자를 받을 가능성 또한 낮춘다. 더 나아가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와 같은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확률 역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초기 투자 지연은 단기적인 자금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성장성과 성과 저하로 연결되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
결국 딥테크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시장 검증 능력과 기술·시장·환경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투자자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정렬(alignment)된 전략'이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 이와 함께 정책적으로는 양적인 투자 증대와 함께 초기 투자시점을 앞당기고 연구와 사업화를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지원 체계와 제도적 환경이 함께 구축될 때,비로소 산업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은선' 기업 주요 기사
관련기사
- 기자 사진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 책임연구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