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본부 책임연구원기사 입력 2025.05.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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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AI(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는 가운데 중국의 저비용·고효율 AI '딥시크'처럼 기존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내는 사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떠오른 개념이 바로 '기술 차익거래'다. 이는 어떤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한 시장에서 이미 성공을 거뒀다면, 그걸 그대로 가져와 다른 시장에 맞게 살짝 바꿔서 활용하는 전략을 뜻한다. 새 기술을 만들 필요 없이, 이미 검증된 기술을 새 환경에 맞게 적용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온라인쇼핑몰업체인 이베이를 중국에 맞게 현지화한 알리바바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사한 개념으로 '지식 차익거래'도 있다. 이는 특정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예상치 못한 새로운 시장이나 산업, 제품에 응용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쓰던 기술을 농업에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전략은 타인이 쉽게 모방하거나 침해할 수 없고, 지속적이고 확장 가능한 혜택을 안겨준다.
필자가 속한 조직에서도 이런 차익거래 개념을 바탕으로 '아폴로'라는 AI 기술사업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 플랫폼은 검증된 기술이 어디에 더 활용될 수 있을지를 분석해 잠재적인 새 시장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 이미 실험실에서 입증된 기술이 다른 산업에서도 유용할지를 예측해 민간 기업에 적절히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기술이 더 넓은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필자는 "생성형 AI(GenAI)가 사업영역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Gen AI의 주요 응용분야는 예측, 개인화, 생산, 연구부문 등으로 나뉘며, 주로 AI의 정밀한 예측 능력과 개인화에서 활용도가 두드러진다. 두 분야는 기업의 전략기획,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활용되는데, 이때 Gen AI가 기술 차익거래를 통한 기회 발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AI 기술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어디에 적용하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해준다. 이것이 바로 기술 차익거래의 핵심이다.
과거에는 많은 인력을 저렴하게 고용해 성과를 내는 노동 차익거래가 주요 전략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 즉 기술 파트너십 규모와 질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존 노동 차익거래 시대의 근본적인 가치창출 요소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력을 중앙 집중화하는 것이었다면 기술차익거래 시대의 근본적인 가치창출 요소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급변하는 기술 생태계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비용을 핵심과제로 삼는 기존 사고방식은 가치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은 시장·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파트너들을 발굴하고, 생태계를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이런 전략이 생존과 혁신역량·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 치열한 경쟁과 지식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이나 지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타깃 시장의 글로벌 생태계 조율을 통해 내외부의 전문성을 결합하고,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며, 이를 제품과 프로세스로 통합해 독창적인 가치를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정부와 다양한 기관들이 지원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단순히 창업을 늘리는 양적 목표를 넘어 기술을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 즉 기술 차익거래 관점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기술 자체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지식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탐색하고 실험하는 능력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