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지난달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한국 스타트업들의 프랑스 '데뷔' 기회를 마련했다. 'K스타트업 나이트'로 명명한 IR 행사에 한국 프랑스 등에서 다양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서 날아간 스타트업 10여곳이 피칭에 나섰다.
이 자리를 만든 유종필 창업진흥원장은 준비한 인삿말을 읽다 말고 자신의 옷을 가리켰다. 태극기와 프랑스 삼색기가 교차하는 작은 배지였다. 정상회담 테이블에 양국 국기를 배치하는 구도와 같았다. 그는 "주한 프랑스대사가 본인 양복깃에서 떼어 직접 저에게 달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앞서 5월 국내에서 한·프랑스 스타트업 협력을 강조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가 웃옷에 이 배지를 달고 있었다. 유 원장은 "조만간 비바테크 2025를 참관하러 프랑스로 갈 예정"이라며 인사를 건네고 "배지가 참 보기좋다"고 말했다. '비바테크놀로지'는 프랑스가 9년째 해마다 개최하는 세계 최대규모 스타트업 행사다.
베르투 대사는 2023년 7월 한국에 부임, 전·현직 중기부 장관들과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가졌다. 특히 양국 스타트업 협력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유 원장이 그런 베르투 대사에게 덕담을 건넨 것인데, 대사는 대뜸 "유 원장에게 배지를 드리겠다"고 화답했다. 유 원장은 이 배지에 대해 "태극기와 삼색기가 둘다 예술적이어서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해외 창업인력과 스타트업을 국내에 유치하는 것만큼이나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도 거스를 수 없는 화두다. 우리 정부는 물론, 해당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사람이 배지를 나눈 자리도 이와 관련 있다. 중기부의 '어라운드엑스'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대기업 14개사가 국내 스타트업 365개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으로는 탈레스 다쏘시스템 로레알 에어리퀴드 등 4개가 50개 스타트업을 돕고 있다.
한·프랑스 모두 스타트업 육성에 정부차원의 관심이 높아 협력할 여지가 큰 걸로 평가된다. 프랑스가 파리의 옛 기차역을 리모델링, 창업지원 및 문화공간으로 만든 '스테이션 F'는 국내에도 자극을 줬다. 이런 때 창진원장과 주한프랑스대사의 에피소드는 각자의 분야에 정통한 '베테랑'들이 서로의 센스를 발휘한 상징적 장면이다. 유 원장은 30여년 정치 경륜이 있다. 베르투 대사는 프랑스 유럽외교부 전략·안보·군축 담당국장 등을 지낸 외교 전문가다.
대통령선거로 정권이 바뀌었고 이재명 대통령은 벤처·기술 분야에 밝은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차기 중기부 장관에 낙점했다. 정부의 면면이 크게 달라지더라도 필요한 정책이라면 중단없이 계속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스타트업 정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는 마침 하반기부터 해외에 운영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K스타트업센터(KSC) 역할을 키운다. 관세 피해기업이 입주를 신청하면 우대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해외 여러나라의 당국을 설득, 국내 스타트업의 진출에 더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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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성휘 차장 sunnykim@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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