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 책임자, 3월부터 자사 AI 모델과 외부 기술 비교 지시"…
"'앤스로픽 AI 기술, 시리에 적합' 판단 후 협상 진행에 나서"
미국 애플이 자체 음성인식 AI(인공지능) 서비스 '시리'(Siri)에 다른 AI 업체의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애플이 자체 개발 AI 모델을 배제하는 방향으로의 AI 전략 수정을 고려한다는 것으로 애플의 AI 사업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외신은 짚었다.
/사진=블룸버그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AI 전략을 수정해 자사 음성비서 시리의 새 버전에 AI 스타트업 앤스로픽 또는 오픈AI의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청한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두 업체에 접촉해 시리에 사용할 대형언어모델(LLM)을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테스트할 수 있도록 훈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현재 애플의 AI 기능 대부분은 자체 개발한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Apple Foundation Models)로 구동된다.
블룸버그는 "만약 애플의 시리에 앤스로픽이나 오픈AI 기술이 적용되면 이는 애플 AI 전략의 '극적인 전환'을 의미하는 동시에 애플이 생성형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플은 지난해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자체 AI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시리의 개인화 업그레이드 시기를 올해로 예고했었다. 하지만 애플은 AI팀이 리더십과 엔지니어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업그레이드 시기를 2026년으로 연기했다.
블룸버그는 "마이크 록웰 시리 책임자는 지난 3월부터 시리 개발을 맡으면서 애플의 자체 모델과 외부 AI 기술(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 앤스로픽 클로드)을 비교하라고 지시했다"며 "여러 차례 테스트 끝에 앤스로픽의 기술이 시리와 가장 잘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따라 기업 개발 담당 부사장인 애드리안 페리카가 앤스로픽과 협상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마이크 록웰 시리 책임자 /사진=X 영상 갈무리
소식통은 "애플의 이런 외부 기술 도입 움직임은 AI 내부 팀의 사기 저하와 불만으로 이어졌다"며 "팀원 일부는 메타플랫폼(이하 메타)과 오픈AI 등으로부터 수백만 달러 규모의 이직 제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는 앞서 자사 초지능연구소(Superintelligence Labs) 팀에 연간 최대 4000만달러(약 540억800만원) 제안했는데, 애플 직원의 연봉은 일반적으로 이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애플은 AI 사업 난항에 이어 미국 정부와의 법적 싸움도 계속될 예정이다. 뉴저지주 연방법원이 이날 애플의 반독점 소송 기각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 법무부는 지난해 3월 16개 주 법무장관과 함께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애플은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애플 제품을 차별화하는 원칙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소송이 목적을 달성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기술을 창조하는 능력이 방해받을 것"이라고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그러나 뉴저지주 연방법원의 줄리언 닐스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미국 정보기술(IT)매체인 9TO5Mac은 "애플은 자사 개발자 규정이 시장 (독점) 지배가 아닌 사용자 보안과 플랫폼의 무결성을 위한 것이고, 법무부의 소송이 산업 혁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닐스 판사 설득에 실패했다"며 "애플과 법무부 간 이번 소송은 수년에 걸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