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수도권서 빼달라" 인천 창업기관 담당자의 하소연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6.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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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 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인천은 분명 수도권인데 현실에선 수도권도, 비수도권도 아닌 정책 사각지대일 뿐입니다."

인천 지역 한 창업기관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정부 창업지원사업 대상에서 매번 제외될 뿐 아니라 서울·경기와 비교해 투자와 인재 유치에서 열위에 놓인 현실을 토로한 말이다. 그의 발언을 단순한 지역 관계자의 불만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지금 한국 창업 정책이 가진 구조적 결함을 고스란히 드러낸 얘기인 탓이다.

정부의 창업 생태계 지원 정책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기본 전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단순 구분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천은 수도권으로 분류돼 비수도권 대상 지원사업에서 항상 배제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환경은 비수도권보다도 열악해 '정책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투자종합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창업기획자(AC) 수는 서울 228개, 경기 40개, 대전 24개, 부산 23개인 데 반해 인천은 17개에 그친다. 벤처캐피털(VC)은 서울에 285곳, 경기 15곳, 인천은 단 2곳뿐이다. 2023년 기준 아기유니콘 기업 수도 인천은 5개로, 서울(149개), 경기(51개)는 물론 대전(8개), 부산(6개)보다 적다.

창업 생태계의 '토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핵심지표들이 뒤처져 있는데도 인천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소외됐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단순히 인천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 북부 혹은 광주와 같은 일부 비수도권 광역시들도 정책 대상에 소외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지금의 정책 설계가 너무 큰 행정단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분석 기관인 스타트업게놈, 스타트업블링크는 '도시 단위'로 창업 환경을 평가한다. 각 도시의 스타트업 밀집도, 투자 유치, 인재 유입, 생태계 연결망을 정량·정성으로 측정해 생태계 순위를 매긴다. 이는 곧 정부가 지원 정책을 세우는 기초가 된다. 이런 흐름과 달리 한국 정부는 여전히 수도권이라는 거대 블록으로 모든 정책을 규정하고, 그 안의 다양한 차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중기부가 발표한 '벤처·스타트업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인천의 창업 고용 증가율은 전국 평균(29.8%)의 절반인 11.2%로 17개 시도 중 13위였다. 창업기업이 자리 잡고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인천을 '수도권이니까 이미 충분히 지원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추상적 판단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서울 강남과 인천 강화도가 동일한 창업 환경일 수는 없지 않은가. 서울의 중심지와 인천의 창업 인프라가 다른만큼 지원 방식도 달라야 한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런 현실을 알고는 있지만, 수도권 지역에 대한 정책 논의는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개선 시도를 꺼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진정한 균형발전이란 단지 '수도권을 줄이고 지방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어느 도시든, 실질적인 생태계 수준과 수요에 따라 지원이 이뤄지는 것, 이것이 진짜 균형이고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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