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스펙스 공동대표 정웅섭(왼쪽), 윤성철(오른쪽) "초분광 기술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데이터로 지구를 읽고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산업의 출발점이 될 겁니다."
우주·항공 스타트업 스펙스(SPEX)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성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반 위성 카메라로는 볼 수 없는 지구의 미세한 변화를 초분광 기술로 감지하겠다는 야심 찬 사업모델이다. 스펙스는 수백 개의 파장을 동시에 분해·분석하는 고해상도 영상 분광 기술을 기반으로, 정밀 농업과 환경 감시, 국방·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위성 관측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위성 초분광 분야에선 국내 유일의 민간 사업자로 알려져 있다.
윤 대표는 초분광 기술에 대해 "빛을 수백 개의 필터로 나눠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식"이라면서 "겉보기엔 단순한 초록색 식물도 초분광 카메라로 들여다보면 엽록소 분포, 질병 유무, 스트레스 지수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 따르면 초분광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정밀한 감지·예측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농작물의 질소 함량 분석, 병해충 탐지, 잡초 식별은 물론,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 추적, 대기오염물질 흐름 분석, 미세먼지 경로 예측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각국의 환경 정책 이행 여부 모니터링에도 기여할 수 있어,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도구로서의 가치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펙스의 공동대표인 정웅섭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계 최초 광시야 적외선 초분광 우주망원경인 '근적외선 영상 분광기(NISS)' 개발을 주도한 분광기술 권위자다.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우주망원경 프로젝트 '스피어엑스(SPHEREx)'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 같은 우주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펙스는 NASA·ESA(유럽우주국) 중심의 기술 독점을 돌파할 민간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스펙스는 상용 위성이나 큐브샛(CubeSat)에 자사 초분광 카메라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현재 시제품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오는 9월 국제우주대회(IAC)에 출품해 글로벌 시장의 기술 검증과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다.
스펙스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 인재도 대거 영입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글로벌 비즈니스 디렉터(GBD)로 합류, 해외 파트너십과 시장 개척을 이끌고 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보좌관과 한국천문연구원 출신의 이강환 박사가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스펙스의 기술 상용화, 정책 연계 전략을 총괄한다. 투자사들은 기술력뿐 아니라 글로벌 지향성, 정책 감각 등을 고루 갖춘 팀 구성에 높은 평가를 내린다.
이런 덕에 스펙스는 지난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딥테크 팁스'에 선정, 정부 R&D(연구·개발) 지원금 15억 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3차원 고분산 분광 기법'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혁신센터와 엠와이소셜컴퍼니가 공동 운용하는 '제주 초기 스타트업 육성 펀드'로부터 직접 투자도 유치했다. 이 펀드는 제주도, 카카오, 제주대 기술지주, 사회가치연대기금, 한국모태펀드가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프리A 라운드를 준비 중이며, 정부의 '스케일업 팁스'와 연계해 민간 투자 및 매칭 자금 유치 전략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스펙스에서 초분광기 개발 및 실험을 위해 제작한 분광기 프로토타입/사진=스펙스
스펙스의 주요 고객은 국내외 공공기관과 민간 우주기업이다. 스펙스는 국내 최초로 우주 환경을 재현한 진공·저온 챔버 시스템을 구축하고 위성에 탑재되는 광학 기기의 성능과 내구성을 직접 시험하고 있다. 이후 위성 탑재용 초분광 카메라(100kg급 기준), 큐브샛 탑재용 기기(10kg급) 등의 하드웨어 상용화를 추진한다.
2단계 사업에서는 자사 군집 위성을 운영하며 수집한 초분광 데이터를 정제·분석해 환경·농업·자원 개발 분야 기업 등에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위성 초분광 데이터를 자체 생산·판매하는 기업은 미국의 '오비탈 사이드킥', 인도의 '픽셀' 정도다. 장기적으로는 일반 위성 영상 시장이 초분광 영상으로 대체되면서, 스펙스는 위성 영상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편, 위성 초분광 기술은 NASA와 ESA가 주도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의 상업화 가능성도 빠르게 열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트리서치 등에 따르면 글로벌 위성 데이터 서비스 시장은 2032년 3799억 달러(51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