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술사업화 판도 바꿔…제도·인재·전략 혁신 필요"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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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영경제학회, 'AI와 기술사업화' 좌담회
'AI 퍼스트 기술사업화' 등 새정부에 정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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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영경제학회가 'AI와 기술사업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 上부터 시계방향으로)이성주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홍아름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류준영 차장(사회),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사진=이기범 기자
기술경영경제학회가 'AI와 기술사업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 上부터 시계방향으로)이성주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홍아름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류준영 차장(사회),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사진=이기범 기자
"기술사업화의 성공 가능성은 이제 AI(인공지능) 활용에 달려 있다. 플랫폼, 정책, 교육까지 전방위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이자 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연세세브란스빌딩 2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는 기술경영경제학회가 새 정부 과학기술 정책 과제를 제안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AI를 활용한 기술사업화 전략'이 핵심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 이번 행사에는 손병호 회장을 비롯해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성주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홍아름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가 참석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AI 기술사업화 방안을 제시했다.
(왼쪽부터)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성주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사진=이기범 기자
(왼쪽부터)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성주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사진=이기범 기자
-AI가 기술사업화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는가.

▲손병호=AI는 이제 연구기획, 기술설계, 실험검증, 비즈니스모델 수립, 시장 진입까지 기술사업화 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AI 퍼스트(First) 기술사업화'로 부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약 개발 분야다. 2024년 노벨화학상은 AI를 활용해 단백질을 설계·분석한 연구자들에게 수여됐으며, 이 과정에서 AI는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AI는 후보물질 탐색, 표적 발굴, 임상시험, 제조, 상용화 등 전 단계에서 활용 가능하며, 실제로 닥터노아바이오텍과 같은 스타트업은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자체 구축해 운영 중이다.

▲안준모=기술사업화 장벽은 '산업 간 확장성 부족'과 '수요자-공급자 간 매칭의 어려움'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특정 산업 내에서만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AI는 이를 넘어 이종산업 간 스핀오프 가능성까지 제시할 수 있다. 혁신은 종종 예상치 못한 조합에서 발생한다.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산업 간 연결 가능성을 탐색하고, 이를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줄 수 있다. 실제로 기술보증기금은 특허 및 기술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AIRATE 모델'을 활용 중이다. 기술 가치평가가 이처럼 다변화되면, 사업화 가능성 예측력도 한층 향상될 것이다. 핵심은 기술사업화 데이터를 얼마나 풍부하게 확보하고, 그것을 어떻게 잘 연결하느냐다.

-AI 기반 기술사업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적·산업적 변화는 무엇인가
▲이성주=정부가 구축·운영 중인 기술정보제공시스템은 정보 자체는 유용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접근성과 활용성이 떨어진다. 예컨대 '내 기술에 관심 있는 기업은 어디인가', '이 기술을 사업화하려면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한가'와 같은 질문에 실질적으로 답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LLM(초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한 대화형 인터페이스 도입을 제안한다. 물론 초기에는 AI의 예측 정확도가 낮을 수 있지만, 인간의 실제 의사결정 데이터를 피드백으로 반영하면 알고리즘의 정밀도는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기술사업화 추천 시스템이 필요하다.

▲노민선=기술사업화는 책상 위에서 끝나선 안 된다. 실제 시장에서 작동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실질적 활용과 연계가 핵심이다. 2024년 기준, 전체 기업부설연구소의 94.1%가 중소기업 소속이며, 이들 대부분은 연구인력 10인 이하의 영세한 규모로, 평균 인력은 5.2명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R&D 투자와 인력은 최근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지난 2년간 약 1만3000명의 연구원이 줄었다. 이제는 양적 확장에서 벗어나,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질적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는 전국 약 3만9000여개 중소기업 연구소를 AI 기반 기술사업화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R&D 기획부터 개발, 사업화까지 전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석·박사급 AI 전문가를 프로젝트 단위로 파견하는 인재 활용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홍아름=기업의 규모와 환경에 따라 AI 도입 전략도 달라야 한다. 중소기업은 자금·인력·정보 부족으로 신기술이 있어도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넘기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 적합성 예측, 실패 데이터 분석, 프로토타입 검증 등을 자동화하는 'AI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견기업은 글로벌 시장 확장 과정에서 병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AI를 활용해 국가별 문화, 소비자 반응, 규제 등을 분석하고 현지화 전략을 정밀화할 수 있다. 대기업은 실패 프로젝트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신사업을 리디자인할 수 있으며, 스타트업 M&A를 위한 AI 기반 기술 평가·스크리닝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왼쪽부터)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홍아름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사진=이기범 기자
(왼쪽부터)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홍아름 경희대학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사진=이기범 기자
-AI 시대 기술사업화 인재 양성 교육 체계도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병호=기존 산업에 AI를 융합할 수 있는 '재직자 중심의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 AI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구직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반도체·바이오 등 실무 현장에 있는 재직자가 AI 융합 역량을 체계적으로 키우기 어렵다. 이를 위해 단기 교육 이수제도인 'AI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를 석사 학위와 연계, 재직자 중심의 AI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성주=지금의 AI 인재 양성은 고급 기술자나 프로그래머 중심이지만, 실제 기술사업화에서는 문제 정의, 시장 적합성 판단, 기술 적용 설계 등 복합적인 역량이 요구된다. 산업지식, 경영능력, AI 기술역량을 고루 갖춘 '실전형 융합인재' 양성 체계가 필요하다. 이들은 기업의 기술사업화 전담조직에서 활동하거나, 산업 현장에서 기술 솔루션을 직접 적용하는 브릿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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