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논문은 사람이 쓰지 않았다"…'AI 과학자'의 등장, 그리고 미래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5.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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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논문은 사람이 쓴 게 아니다."

지난해 8월,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사카나AI' 발표를 지켜본 과학자들은 일순간 술렁였다.

구글 출신 연구자들이 설립한 사카나AI는 AI가 연구의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논문까지 완성하는 시스템 'AI 사이언티스트'를 개발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토대로 연구를 AI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솔루션이다.

데이터 분석이나 자동화 수준에 머물렀던 기존 AI 도구들과 달리, 이 시스템은 연구 아이디어 발굴부터 문헌 검토, 실험 설계·수행, 결과 시각화, 논문 작성 및 검토까지 모두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이끌었다. 이 회사는 단숨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반열에 올랐다.

아직 인간 과학자 수준에 도달한 건 아니다. 논문 구성에 오류가 나타나는 등 일부 한계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자리를 잃을 뻔한 인간 과학자들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돈 15달러의 비용으로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충격이 적지 않다. 연구 효율성 측면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부분이 이미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학계, 정부의 관심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25 키플랫폼'에서도, AI가 주도하는 미래 연구 환경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오갔다. 이날 발표와 토론, 그리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와 연구자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AI가 연구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명확히 엿볼 수 있다.

연구란 본질적으로 '관찰 → 문제 정의 → 가설 설정 → 실험 → 분석 → 결론 도출'이라는 과정을 반복하는 구조다. 이 과정은 논리적이고 규칙적인 만큼 AI가 개입하기 쉬운 영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로봇 기술이 결합되면, 물리적 실험까지 자동화된 '무인 연구실'이 실현되는 것도 머지않았다.

이전까지 AI는 인간 연구자를 돕는 보조 도구 수준에 그쳤다.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데 사용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의 AI는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동료 연구자'로, 때로는 연구를 설계하고 통제하는 '리더'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AI 시스템을 'AI 에이전트'라 부른다. 특정 과제를 스스로 수행하는 자율형 AI를 일컫는다. 앞으로는 각 학문 분야에 특화된 AI 과학자들이 등장해 가상의 연구팀을 이루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병호 KISTEP 부원장(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은 "복잡한 다학제 연구나 기후위기, 팬데믹 대응처럼 글로벌 규모의 과제에서도 AI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인간 중심의 연구시스템에 구조적 변화가 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AI 도입은 연구실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AI 도구를 활용해 평소 호기심을 바탕으로 과학적 탐구에 나설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전문 교육 없이도, AI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며 결과를 분석하는 '취미 과학'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이다.

손병호 부원장은 "앞으로 AI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연구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자들이 더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AI가 생성한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설명해주는 에이전트', 'AI의 윤리적 연구 수행을 감시하는 시스템' 등이 새롭게 등장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AI가 연구를 주도하는 환경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과 기술을 가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기반 연구 플랫폼을 독점하면, 과학의 상업화는 물론 정보 통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AI 인덱스'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모델 '제미나이 울트라' 훈련에 약 1억9100만 달러(약 2746억원)를 투입했고, 오픈AI는 GPT-4 훈련에 약 7800만 달러(1121억원)를 들였다.

손 부원장은 이에 대해 "AI 기술의 공정한 활용과 국제적 규범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AI가 인류의 지식과 과학 발전에 진정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운용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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