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못푼 '응급실 뺑뺑이'…대학생들 AI 해법에 구글도 엄지척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5.07.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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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건국대 학생 개발자팀 '아템포', AI 응급의료 솔루션 '메디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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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건국대학교 주성천(중어중문학과 17학번), 이지민(컴퓨터공학부 23학번), 장채영(화학과 21학번), 송은서(컴퓨터공학부 23학번) 학생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왼쪽부터)건국대학교 주성천(중어중문학과 17학번), 이지민(컴퓨터공학부 23학번), 장채영(화학과 21학번), 송은서(컴퓨터공학부 23학번) 학생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응급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핵심 현안 중 하나다. 환자가 구급차 안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는 전문의 부족, 병상·인프라 부족 등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필수 진료과목 기피, 병원의 의료사고 위험 회피와 같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 해소를 위해선 다양한 정책적·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 문제를 기술로 풀겠다고 나선 열정적인 대학생들이 있어 주목된다. AI(인공지능) 기반 응급실 매칭 솔루션 '메디콜'(Medicall)을 개발한 건국대 '아템포(Atempo)' 팀이다.

아템포는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구글이 공동 주최한 '2025 아시아태평양 구글 솔루션 챌린지'에서 탑3 중 하나인 '사회적 영향력 부문 최고상(Most Societal Impact Award)'을 수상하며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최종 3위 안에 든 유일한 한국팀이다.

구글 솔루션 챌린지는 전세계 '구글 학생 개발자 클럽'(GDSC, Google Developer Student Clubs) 소속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3300명 이상이 참여해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1분 안에 최적의 응급실을 찾아준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메디콜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다. 장채영 학생(화학과 21학번)은 "지하철에서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와 구급차를 탄 경험이 있다. 구조대원이 병원에 직접 연락을 돌리는데 거절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이 방식을 개선할 필요를 느꼈다"고 전했다.

메디콜은 응급구조사가 병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없어 환자 수용이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일일이 전화해야 하는 비효율을 해결한다. 응급구조사는 메디콜 앱에서 환자 상태를 간단한 해시태그로 체크만 하면 된다.

이후 구글의 제미나이(Gemini)가 이를 분석하고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병원을 실시간으로 찾아내 목록을 생성하며, IVR(자동응답) 기술을 기반으로 AI가 여러 병원에 동시에 연락을 돌려 응급환자의 상태에 따른 병원의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병원 측에서는 AI가 걸어온 전화에 대해 다이얼패드에서 1(수용 가능) 또는 2(수용 불가)를 누르면 된다. 응답 결과는 실시간으로 앱에 표시돼 응급구조사는 지도에서 수용 가능한 병원 목록과 함께 길 안내(내비게이션)를 통해 병원까지의 이동 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별도 장비가 없어도 응급구조사의 스마트폰만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적 접근성, 병원별 응급 환자 수용 패턴과 지역별 병상 부족 현황 등의 정보를 확보해 향후 보건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데이터의 가치 등이 이번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템포의 팀장인 이지민 학생(컴퓨터공학부 23학번)은 "메디콜은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고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술이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들도 "규제 때문에 힘들어"


팀 이름에도 특별한 뜻이 담겨 있다. 송은서 학생(컴퓨터공학부 23학번)은 "아템포는 '본디 빠르기'라는 이탈리아 음악 용어다. 응급 상황에서 병원으로 가는 속도가 늦어진 문제를 원래의 정상 속도로 되돌리고 싶단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아템포는 AI 기반 응급의료 솔루션이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봤다. 장채영 학생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영향력을 인정받아 수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주성천 학생(중어중문학과 17학번)은 "규제에 관한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기술을 만들어 놓고도 실제로 서비스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개발 의욕이 꺾일 뻔했다"고 했다.

현재 응급환자 이송 체계는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관리한다. 메디콜이 그 역할을 대체하지는 않더라도,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선 정보의 신뢰성과 책임의 명확성 등을 보장하는 조치를 해둬야 하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관련 법규와 규제의 장벽이 높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대학 모임 넘어 어엿한 '스타트업'으로 성장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건국대 학생들은 이번 챌린지를 통해 각자 값진 경험을 얻었다. 송은서 학생은 "필리핀 마닐라 오프라인 행사에서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친해지며 글로벌 시각을 넓혔다. 앞으로 교환학생에 도전하고 해외에 AI 관련 분야로 유학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장채영 학생은 "전공이 화학이지만 AI 공부를 시작하며 지금의 방향성이 맞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현재 신약 개발 관련 AI 도입 연구실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와 AI를 융합하는 진로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천 학생은 "백엔드 입장에서 서버 이전과 관련된 지식을 많이 배우게 됐다. AI에 휘둘리지 않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팀을 총괄한 이지민 학생은 어엿한 스타트업 창업자로 거듭나는 중이다. 그는 "팀원 관리 능력과 기술 스택 도입, 피칭 노하우를 많이 배웠다"며 "영어로 사람들을 만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투자자들과 비즈니스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현재 '다이스랩'(Dyce Lab)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고 메디콜의 상용화에 나섰다. 그는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졌다. 다음 학기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게 되는데 현지에서도 창업 대회에 나가거나 투자자들을 계속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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