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양자 상태', 韓 연구팀이 최초 정밀 측정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5.06.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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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수 연세대 교수 ·양범정 서울대 교수, 세계 최초 '양자거리' 정확히 측정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게재
양자 컴퓨팅·양자 센싱 기술 활용 기대

 양자거리 측정 개념도. 두 개의 노란 공은 전자를 나타낸다. 그 아래 흰색 눈금은 거리를 측정한다는 의미로 ‘자’를 표현한 것이다. 전자 간의 유사성을 의미하는 양자 거리는 실제 거리와 약간 다른 개념이지만 ‘양자거리 측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그림이다. /사진=김근수 연세대 교수
양자거리 측정 개념도. 두 개의 노란 공은 전자를 나타낸다. 그 아래 흰색 눈금은 거리를 측정한다는 의미로 ‘자’를 표현한 것이다. 전자 간의 유사성을 의미하는 양자 거리는 실제 거리와 약간 다른 개념이지만 ‘양자거리 측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그림이다. /사진=김근수 연세대 교수

머리카락 굵기의 100만분의 1,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에서 입자의 양자 상태를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을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김근수 연세대 교수· 양범정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6일 게재됐다.

고체 물질 속 입자 간의 '유사성'을 수치로 나타낸 물리량을 '양자거리'라고 한다. 두 입자가 완전히 똑같은 양자 상태라면 최솟값이 0, 완전히 다르면 최댓값 1이다.

양자 상태의 입자를 구현하는 건 양자컴퓨터, 양자 센싱 등 양자 기술의 기본이다. 입자의 상태변화를 정확히 추적해야 양자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입자의 상태는 양자거리를 통해 파악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양자거리 측정은 전 세계 물리학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고체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간접적으로 측정한 사례만 보고됐을 뿐 직접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없었다. 김 교수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미시세계에서는 전자들이 어떤 공간에 퍼져 있는 파동처럼 생각된다. 이 때문에 각 전자가 정확히 어디에 있다고 말하기 어렵고, 전자 간 거리라는 개념도 직관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동연구팀은 먼저 구조가 단순한 물질인 '흑린(black phosphorus)'에 주목했다.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전자 측정이 비교적 쉽다. 이론그룹인 양범정 교수 연구팀은 흑린을 통해 전자의 양자거리가 '위상차'에 의해 결정됨을 밝혀냈다. 위상차는 파장이 동일한 두 파동이 가진 최댓값 사이의 간격을 말한다.

실험그룹인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전자 간 위상차에 따라 검출 신호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흑린 속 전자의 위상차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각분해광전자분광' 기술을 활용했다. 물질에 빛을 쬘 때 튀어나오는 광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분석하는 기법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수집한 측정 데이터를 활용해 양자거리를 직접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건축물을 안전하게 세우기 위해 정확한 거리 측정이 필수인 것처럼, 오류 없이 정확하게 동작하는 양자 기술 개발에도 정확한 양자거리 측정이 꼭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양자컴퓨팅, 양자 센싱 등 양자 기술 전반의 기초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이번 연구에는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보유한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했는데, 우리나라 오창읍에도 방사광가속기가 설립 중이다. (가속기가) 완공되면 우리 연구자가 더 이상 미국에 나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첨단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말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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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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