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에게도 '페이팔 마피아'를

이윤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사 입력 2025.06.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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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며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동력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 결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15개 대기업집단이 2024년 '포춘 글로벌 500'에 포함됐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에 이어 7번째로 많은 기업들을 포함시킨 국가다. 그러나 대기업집단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경제 성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경제를 위해서는 기존 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새로운 스타트업들의 혁신적 성장이 병행되어야 한다. 즉 지속성과 역동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 성장의 최종 척도 중 하나인 글로벌 500을 국가별로 비교해보면 이러한 현상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은 20년 이상 목록에 오른 기업 비중이 90% 이상에 달한다. 매우 우수한 지속성이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신규 진입한 기업은 1개에 그친다. 역동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의미다. 반대로 성장세에 있는 중국이나 인도는 신규 진입 기업 비중은 높지만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진입한 기업 비중은 낮아 역동성 대비 낮은 지속성을 보인다.

두 가지 모두 평균 이상으로 높아 지속성과 역동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제구조를 보이는 국가는 미국이다. 특히 신규 진입 기업에는 앤비디아, 우버, 테슬라, 넷플릭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의 스타트업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신규 진입 기업이 적어 낮은 역동성을 보여준다. 심지어 신규 진입 기업도 대기업인 HD현대가 유일한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성장이 필수다. 우선적으로는 몸집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큰 기업들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어리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피시볼(Fish ball) 덩어리와 수만 마리가 동시에 지느러미를 퍼덕이는 진동음은 포식자들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유리한 점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몸집을 키웠으나 실패한 경우도 존재한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스타트업 연합체를 구성하여 2013년 설립된 '옐로모바일'은 출범 1년만에 유니콘 기업에 등극하였으나 지주사와 계열사 간 갈등 등으로 유니콥스(죽은 유니콘)로 몰락하였다. 옐로모바일의 실패를 감안해 몸집을 키우기 위한 또 다른 방식의 스타트업 연합체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일론 머스크, 피터 틸 등 페이팔 출신들이 서로 투자를 지원하는 등 마피아와 같이 끈끈한 커넥션을 유지하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페이팔 마피아'가 사례가 될 수 있다. 페이팔 마피아 구성원들은 이베이로의 매각을 통해 보유하게 된 막대한 자금으로 스페이스X, 테슬라, 팰런티어, 유튜브 등을 창업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서도 이같은 형태의 스타트업 연합체가 필요하다. 지주회사 방식으로 단단히 묶여진 형태 보다는 페이팔 마피아와 같이 끈끈한 커넥션을 유지하는 형태의 일명 'K-스타트업 마피아'의 출현이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선 K-스타트업 마피아를 출현시킬 수 있는 환경인지, 이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면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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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이윤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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