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이거 하나 달았더니…화장실서 힘주면 건강검진 끝?[월드콘]

김종훈 기자 기사 입력 2025.12.1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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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용변 분석해 건강지표 측정하는 '스마트 변기'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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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 세 가지 있으니 먹고 싸고 자는 일이다. 먹고 자는 일에 관해서는 관심이 꾸준했고 관련 제품도 수두룩하다. 반면 싸는 일은 상대적으로 관심받지 못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 사태를 계기로 관심이 늘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을 확인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때마침 챗GPT를 필두로 한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시작되자 병원 밖에서 수시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헬스케어 기기 경쟁이 치열해졌다.

스마트 변기는 최근 각광받는 헬스케어 기기다. 비데처럼 상시 전원을 공급받으면서 사용자의 대소변을 센서로 감지, 각종 건강 지표를 알려준다. 이용자의 몸에서 나온 '표본'을 빠르게 분석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대부분 헬스케어 기기는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인데, 웨어러블 기기는 배터리를 관리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스마트 변기는 이 번거로움이 덜하다. 빈도 차이는 있겠지만 집에서 용변을 보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검사를 빠트릴 일도 거의 없다.

스마트 변기 개발 스타트업 '토이 랩스'를 2018년 창업한 비크람 카샤프 CEO(최고경영자)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다. 복통은 물론 혈액이 섞인 대변을 유발하는 만성 질환이다. 카샤프 CEO는 자신과 같은 질병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연구진과 협력해 4년간 자신의 대변을 분석했다.

연구 과정에서 카샤프는 변기에 센서를 붙여 언제든 대변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면 건강 관리가 보다 쉬워질 것이라는, 특히 노인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사업에 뛰어들었다.

토이 랩스의 스마트 변기 '트루 루'는 변 상태를 광학 센서로 감지해 건강 지표를 사용자에게 전송한다. 전문가 분석 결과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사용자에게 통지한다. 이를 통해 만성 신장 질환과 요로 감염, 변비, 요로결석증, 과민성 장 증후군,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 암 등 질병을 조기 발견하는 데 용이하다. 다만 트루 루는 질병을 진단하는 의료기기는 아니다. 건강 관리를 위한 지표를 제공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성능 검증을 받았다는 기록은 없다.

타임지는 미국 전역 50곳 이상의 노인 요양 시설에서 트루 루를 사용 중이라면서 지난해 이 제품을 '올해의 발명품'으로 꼽았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와 플레이노에 위치한 노인 요양 시설 레거시 시니어의 멜리사 오스 레거시 시니어 커뮤니티 CEO는 "트루 루 스마트 변기 덕분에 품위있는 방식으로 (대소변을 통한) 건강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강 지표가 수시로 갱신되기 때문에 더 정확하고 면밀한 추적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카샤프 CEO는 업체 기술이 대장암처럼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려운 대장암 같은 질병 진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카샤프 CEO는 롱제비티테크놀로지 인터뷰에서 "화장실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강력한 사업 동기"라며 "특별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 카사나는 스마트 변기 '하트 시트'로 산소포화도, 심박수 측정에서 2023년 미국 FDA 허가를 획득했다. 시중에서 유통 중인 다른 산소포화도, 심박수 측정 기기와 비슷한 수준의 정확도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측정 결과는 클라우드에 업로드되고, 카사나 측에서 분석 내용을 사용자에게 전송한다.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된다고 한다.

하트 시트는 카사나 공동 창업자이자 CSO(최고과학책임자)로 활동 중인 니콜라스 콘 박사가 고안했다. 그는 공학 박사 과정 중 가정용 건강검진 장치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자에게 접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씨름했다. 검진 센서를 어디에 부착할 것이냐를 두고 컴퓨터 마우스부터 자동차 핸들까지 여러 아이디어가 오고가다 변기를 떠올렸다.

카사나는 하트 시트에 추가 FDA 허가가 나오는 대로 혈압 측정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콘 박사와 함께 회사를 창업한 오스틴 맥코드 CEO는 팟캐스트 프론트라인스에 "3~5년 후 전세계에 설치된 스마트 변기가 매주, 매일 생명을 구하는 것을 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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