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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팩 고의석 대표/사진=뉴로팩 "사람들은 신선식품을 사면서도 포장 비닐을 유심히 보지 않습니다. 택배 상자를 열 때도, 샐러드 용기를 버릴 때도 포장재는 그저 '있어서 쓰는 것'에 가깝죠. 그런데 이 사소한 존재가 전 세계 쓰레기와 탄소배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고의석 뉴로팩 대표는 "포장재는 일상 속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소비재지만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만큼 환경오염 문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식품 폐기물은 연간 약 10억톤에 달한다. 특히 식품 폐기물의 약 70%는 소비 단계 이전인 생산·유통·보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품 유통 구조와 맞물려 포장 폐기물 발생량도 동시에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생활 폐기물의 약 35%가 포장 폐기물로 집계된다. 한국의 경우 연간 발생하는 전체 식품 폐기물은 약 500만톤 수준이며, 이는 생활 폐기물의 약 2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4월 설립된 뉴로팩은 은행잎, 굴 패각(껍데기) 등 부산물을 활용해 기능성·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눈에 띄지 않는 포장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은행잎은 가을철 도심의 골칫거리다. 악취와 미끄럼 사고, 각종 민원 때문에 지자체가 비용을 들여 수거·처리하지만 마땅한 활용처가 없다. 뉴로팩은 이 부산물을 '기능성 원료'로 전환해 도시의 폐기물을 산업 소재로 바꾼다. 뉴로팩의 친환경 포장재/사진=뉴로팩뉴로팩은 은행잎을 비롯해 굴 패각, 불가사리, 연잎, 참나무 추출물 등 천연 원료에서 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포장재 표면에 코팅한다. 이를 통해 포장 내부의 미생물 증식을 억제해 부패 속도를 늦추고 포장재 안쪽에 맺히는 물방울을 줄여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나아가 육류의 핏물 흡수, 과일 숙성을 촉진하는 에틸렌 가스 조절 등 다양한 응용 제품 개발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포장지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식품의 소비기한을 최대 50%까지 연장할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소비기한이 늘어나면 단순히 더 오래 먹을 수 있다는 의미를 넘어 식품 폐기 감소와 처리 비용 절감, 폐기물로 인한 온실가스 감소'라는 연쇄 효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공정의 특징은 화학 합성물질을 덧바르는 방식이 아니라 천연물 기반으로 기능을 구현한다는 점"이라며 "먹어도 되는 소재를 사용해 인체 안전성까지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뉴로팩의 또 다른 차별점은 '포장재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소재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제품에 어떤 포장이 최적인지를 함께 설계한다. 최근에는 알루미늄층 없이도 높은 차단성을 구현한 고차단성 종이 포장재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튜브, 치약 포장, 멸균 우유팩 등에는 내부에 얇은 알루미늄층이 들어간다. 알루미늄층은 공기·수분·빛을 막아 제품을 오래 보존하게 해주지만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서로 다른 재질이 결합돼 있어 분리·처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뉴로팩은 자체 개발한 고차단성 코팅 기술을 종이 소재에 적용해 알루미늄층 없이도 높은 차단성을 확보했다.
뉴로팩이 불가사리를 가공해 만든 친환경 포장재/사진=뉴로팩
뉴로팩이 굴 패각을 활용해 만든 생분해성 필름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농업용 멀칭필름 소재로 적용되며 현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농촌의 밭을 덮고 있는 검은 비닐 멀칭필름은 잡초 억제, 수분 유지, 온습도 조절에 효과적이지만 수확 후 수거·처리가 문제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인건비 부담이 크고, 일부는 방치되거나 불법 소각·매립되면서 토양·대기 오염으로 이어진다. 생분해성 멀칭필름이 대안으로 제시돼 왔지만 가격이 높고 강도가 약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뉴로팩은 해법을 바다에서 찾았다. 고 대표는 "굴 패각은 탄산칼슘이 90% 이상 함유돼 있어 일부를 혼입하면 플라스틱 소재의 강도가 높아진다"며 "이를 활용해 생분해성 필름의 단가를 낮추고 강도는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 현장에서는 비닐을 걷어내는 비용이 큰데 생분해 필름은 회수 비용이 줄어 총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분해 과정에서 토양에 비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원료 수급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고 대표는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추진하는 '청년 산림창업 마중물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숨통을 틔웠다. 그는 "참나무 추출물의 경우 도로 공사 등에서 발생하는 나무를 공급받는 방안을 통해 수거 체계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약 3000만원의 연구 지원금을 통해 참나무 추출물 기반 포장재의 항균 성능 검증과 고도화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뉴로팩은 PoC(기술검증) 방식으로 대기업·기관들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NH하베스트를 비롯해 농협, 롯데 등과 다양한 PoC를 진행했고, 이러한 레퍼런스가 판로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산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 고 대표는 "좋은 소재를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균일한 품질로 대량 생산하고 납기와 원가를 맞춰야 진짜 시장이 열린다"며 "재작년부터 공장 구축을 시작해 올해 초부터 본격 운영 중이며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목표는 해외시장 개척이다. 고 대표는"올해 해외수출 원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매립지가 부족한 일본이나 일부 유럽 국가는 기능성·친환경 포장재으로, 매립 비중이 높은 미국이나 중국같은 국가는 생분해성 포장재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기한이 하루 더 늘어나면 버려지는 식품이 줄어들고 멀칭필름을 걷지 않아도 된다면 농촌의 노동 부담도 낮아지듯, 이런 작은 차이가 결국 더 큰 미래가치를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