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식재산처 시대, 지식-금융 융합이 국가 혁신 이끈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기사 입력 2025.11.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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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특허청이 지식재산처로 승격됐다. 이는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기존의 자산기반경제(Asset-based economy)에서 지식기반경제(Knowledge-based economy)로 이동하겠다는 신호이며 국가 성장 패러다임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산업화 시대 한국의 성장 동력은 '기능(Skill)'과 '기술(Technology)'이었다. 기능은 손의 숙련이며, 기술은 기능이 절차·방법·공정으로 체계화된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능을 익히고 기술을 정교화하며 제조 경쟁력을 확보했다. 기능올림픽 우승, 공정 혁신, 기술 도입과 개선은 고도 성장의 토대였다.

그러나 이 모델은 이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능과 기술은 따라잡을 수 있지만 지식과 상상력은 복제되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요구하는 것은 더 정교한 공정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즉 개념화·사유·과학적 탐구·상상력이다. 기술이 과거를 개선하는 것이라면 과학과 상상력은 미래를 창조한다.

OECD 또한 유형자산 중심의 성장 정책은 더 이상 경쟁우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공장·설비·부동산처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자산경제에서 이제는 데이터·설계·알고리즘·브랜드·특허(IP) 같은 무형자산과 지식자본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획일적이고 프로세스 중심적인 시스템 사고에 머물러 있다. 산업화 성공의 경험은 "정해진 공정을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고 교육은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을 중시했다. 이 구조는 효율성은 높였지만 상상력·개념화·추론·발명 같은 지적 활동은 오히려 억제해왔다.

그러나 오늘의 성장 동력은 절차(Process)가 아니라 상상력(Imagination)이다. 상상력은 기존 제도와 관행을 벗어나는 '지적 탈주'이며, 모든 신산업의 출발점이다. AI, 반도체, 바이오, 우주, 양자 등 선도 기술 분야는 모두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새롭게 정의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이 맥락에서 우리는 오래된 한 구절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지식은 곧장 경제적 가치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지식이 바로 자산이며 무형자산이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식기반경제의 시대가 도래했다. 책·데이터·설계·알고리즘·특허 등 '지식'이 곧 경제적 힘이 되는 전환기에 들어선 것이다.

따라서 특허와 지식재산은 기술보다 높은 차원의 추상화이며 사유·탐구·창조의 결과물이다. 특허는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대신 일정 기간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발명과 혁신의 동기를 극대화하는 인류의 지적 시스템이다.

링컨 대통령은 특허 제도를 '천재의 불꽃에 보상의 기름을 붓는 장치(The patent system added the fuel of interest to the fire of genius)라고 표현했다. 즉, 지식재산은 단순한 법적 권리가 아니라 상상력과 창조성에 경제적 보상을 연결하는 메커니즘이다. 지식재산처 승격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지식재산처 승격은 산업의 중심축을 기술 중심에서 지식·사유·상상력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제도적 기반이며 무형자산 기반 신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적 컨트롤타워를 마련하는 조치다. 한국이 '정답을 잘 푸는 국가'에서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국가'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적 선언이기도 하다. 이것이 한국 경제가 다음 도약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성장 공식이다.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유니콘팩토리]
  • 기자 사진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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