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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벤처생태계, '전략적 육성'과 '과감한 개혁' 필요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기사 입력 2025.1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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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우리 경제가 저성장 고착화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한 핵심 동력이 빅테크를 필두로 한 '혁신 벤처기업'이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에 혁신 기업이 원활히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그런데 최근 벤처 생태계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정부 정책에 우려 섞인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장 위축기에 벤처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의 기능을 축소하거나 혁신 기업의 자본시장인 코스닥 시장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자는 주장은 재고해 봐야 한다.

모태펀드는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상위 펀드(Fund of Funds)'다. 민간 자금을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이 핵심이다. 따라서 수익성이 낮아 민간 자금이 흘러가기 어려운 창업 초기, 재창업, 지방 기업 등 '시장 과소투자 영역'에 먼저 자금을 공급해 생태계 균형을 맞춘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88%가 모태펀드 투자를 거름 삼아 성장했다는 사실은 모태펀드가 그 역할을 다했음을 증명한다.

국내 창업 생태계는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대외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연간 창업기업은 2020년 148만 개에서 2024년 118만 개로 줄었다. 기술 기반 창업기업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벤처 투자의 선행지표인 신규 펀드 결성도 2021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태펀드 예산 축소는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에 '투자 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모태펀드는 오히려 역할을 확대해 민간 투자를 견인하고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코스닥 시장 역시 처방이 달라야 한다. 코스닥은 혁신·벤처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모험자본 시장의 핵심 인프라지만, 현재는 성장자금 공급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가 경제 규모가 성장했음에도 코스닥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되려 개장 초기보다 감소했으며 시장은 여전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단기 투기성 시장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셀트리온, 포스코퓨처엠 등 코스닥에서 성장한 대표 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하며 시장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퓨리오사AI, 무신사 등 국내 유수의 유니콘 기업들은 코스닥이 아닌 나스닥 등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실정이다.

코스닥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관투자자 중심의 장기 투자 시장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을 제안한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자금을 마중물 삼아 민간 자금을 매칭해 3년간 3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혁신 기업의 스케일업 자금을 공급하고, 코스닥 시장의 장기 유동성을 확충해 시장 안정성과 기업가치 제고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벤처 생태계의 근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공적 자금이 마중물이 되어 민간의 자생적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혁신 기업의 성장이 국가 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 지금은 전략적 재정 투입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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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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