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캐피탈은 2017년 어반베이스에 RCPS(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약 5억원을 투자했다. 계약서에는 '회사의 해산·회생 등 절차가 개시될 경우, 투자자는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대표)에게 투자원금과 연 15% 복리이자를 더한 금액으로 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는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포함됐다. 2023년 어반베이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신한캐피탈은 이 조항을 근거로 창업자 개인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고 1심 법원이 이를 인정했다.
이 사건은 대표의 연대보증 책임이 아닌 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개인 책임 인정 사례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본질적으로 투자 구조와 위험 배분의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 어반베이스 측은 여러 법적 주장을 펼쳤지만 특히 '투자자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투자위험을 창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반사회적 법률행위(민법 제103조) 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민법 제104조)에 해당한다' 는 주장을 강하게 내세웠다.
해당 법 조항은 계약 문언상 다툴 여지가 없을 때 형평성을 주장할 때 쓰이는 것으로 법정에서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 최후의 논리다. 어반베이스 측은 계약서 조항의 문언이 다툼의 여지 없이 명확했기에 이 논리에 기대 항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역시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아마도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벤처캐피탈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흔히 '모험자본'이라 불린다.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하기에 일반적인 벤처캐피탈은 다수 포트폴리오에 분산투자하며 수익의 80%가 상위 20%의 투자에서 발생하는 '파레토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단일 프로젝트펀드나 투자회사의 고유계정(본계정) 투자는 완전히 다르다. 자금이 특정 기업 하나에 집중되며 실패 시 손실을 보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상환권, 매수청구권 등 위험회피 장치가 계약서에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신한캐피탈의 이번 투자 역시 신기사의 고유계정 투자였다.
이런 조항이 실제로 행사되고 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은 업계 전반에 작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판결은 계약 문언상 해석은 명확했고 법원의 판단도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음에도 안타깝다. 창업자의 리스크가 지나치게 개인화되는 구조, '모험자본'이라는 이름 아래 실질적으로는 리스크 제로화된 자본이 늘어나는 현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법원이 틀렸느냐'가 아니라 '이 구조가 건강하냐'는 것이다. 단순히 한 기업의 분쟁을 넘어 우리 생태계가 모험자본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계약의 현실을 얼마나 직시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번 사건은 업계에 화두를 던졌지만 결론은 냉정하다. 결국 계약서를 잘 써야 한다. 상환권, 매수청구권, 개인책임 조항 등 세부 문구가 기업과 창업자의 리스크를 결정한다. 또 투자받을 때에는 그 투자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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