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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쳇바퀴 도는 'K-자율주행'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기사 입력 2025.09.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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뤄보콰이파오 차량(아폴로 고) /신화=뉴시스
뤄보콰이파오 차량(아폴로 고) /신화=뉴시스
#스마트폰 앱에서 택시를 호출하자 잠시 후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전기택시가 깜빡이를 켜고 다가온다. 뒷좌석에 앉자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자동으로 문이 닫히고 부드럽게 출발한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줘" 요청하니 택시에 탑재된 AI(인공지능)가 곧바로 "알겠습니다" 응답하고 요청을 수행한다. 교통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해 목적지까지 최적의 코스로 주행하고 끼어들기 등 흐름을 방해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스스로 경적을 울려 주의를 준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요금을 안내하고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배터리 잔량이 얼마 남지 않은 자율주행 전기택시는 가까운 배터리 교환소로 알아서 이동한다. 교환소에 들어서면 배터리 교체도 자동으로 진행된다. 작업시간은 5분 남짓. 새 배터리를 장착한 자율주행 전기택시는 이렇게 24시간 운행한다.

올해 초 중국에서 목격한 자율주행 전기택시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실제 서비스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중국 자율주행 리더로 꼽히는 바이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6세대 레벨4 자율주행 전기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5세대와 다른 점은 음성으로 손님과 소통하고 배터리도 알아서 교체한다는 점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율주행 전기택시도 더욱 똑똑해진 것이다.

바이두를 비롯해 샤오미, 포니AI 등 다수의 기업이 상하이, 베이징, 우한 등 주요 대도시 16곳에서 수천 대의 자율주행 전기택시를 운행한다고 한다. 이 택시들은 그저 손님만 실어나르는 게 아니다. 실시간으로 주행데이터를 수집하면서 AI와 자율주행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중국이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었던 배경엔 정부의 선제적이고 전폭적인 정책지원이 있다. 2015년 제조업의 질적 성장과 첨단기술 육성계획을 담은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한 이후,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의 기술개발뿐 아니라 교통·도로인프라, 통신망, 법·제도정비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산업 육성을 위해 쏟아부은 자금만 239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중국의 자율주행 생태계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미국이 지난해 중국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하고 기술안보를 명분으로 자국 기업보호에 나선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자율주행과 같은 첨단산업 육성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민간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제도개선부터 인프라 구축까지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택시산업 보호를 위해 규제를 계속 양산하면서 오히려 신산업 출현을 막았다. 이러다 보니 민간의 자율주행 사업은 수년째 운전자를 두고 특정 구간을, 특정 시간에만 쳇바퀴 돌듯 오가는 실증사업에 멈춰선 실정이다.

최근엔 한국은행까지 후진적인 자율주행 실태를 경고하고 나섰다. 한은은 '자율주행 시대, 한국 택시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대로 규제를 방치하면 택시 종사자는 물론 소비자, 관련 산업까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죽하면 한은이 직접 관련이 없는 산업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냈을까.

정부는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원본영상 데이터 활용 등 자율주행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자율주행이란 혁신은 단순히 교통수단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를 비롯해 물류, 유통, 통신, 스마트시티까지 산업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파괴적 혁신이다. 글로벌 혁신경쟁에서 더이상 뒤처지지 않으려면 자율주행산업 육성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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