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벤처 4대 강국' 도약의 조건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기사 입력 2025.12.2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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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AI(인공지능)·딥테크(첨단기술) 중심으로 기술 대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진다. 이 경쟁의 최전선엔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스타트업이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유망 벤처·스타트업 육성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등 국가역량을 총동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벤처 4대강국 도약 종합대책'은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이번 대책은 개별 분야나 단편적 과제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기술·지역·인재·자본 등 창업 및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업계가 요구한 대책도 다수 반영됐다. 특히 단순 지원을 넘어 벤처·스타트업의 성장경로를 국가전략 차원에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벤처·스타트업을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에 두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벤처·스타트업의 R&D(연구·개발)와 실증에 정부가 확보할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전략적 배분, AI·딥테크 스타트업에 기업당 최대 1000억원 규모의 단계별 투자·보증을 지원하는 '차세대 유니콘 발굴·육성프로젝트' 추진,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한 대규모 후속투자와 금융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정부는 5극(수도권·충청권·동남권·대경권·호남권) 3특(제주·강원·전북특별자치도) 중심 창업도시 10곳 조성, 모태펀드에 연기금·퇴직연금 전용 국민계정 신설, 금융규제 완화로 금융기관의 모험자본 공급확대, 벤처·스타트업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인센티브 강화 등도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곳 육성,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과 10조원 이상인 데카콘 50곳 창출, 벤처투자시장 연 40조원 규모 확대 등 구체적인 성과목표도 제시했다.

정부가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국가정책의 최우선으로 두고 총력전을 펼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필수 전제가 있다. 바로 산업 전반의 혁신과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 그물망을 걷어내는 것이다. 제아무리 인재와 자본, 기술을 결집해도 규제개혁 없이는 혁신도 일어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규제개혁이 없으면 2031년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도 한국의 경직된 규제가 AI, 가상자산, 모빌리티 등의 기술혁신을 저해하고 기술혁신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이 산업 전반에 혁신과 도전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되기 위해선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네거티브 규제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주52시간' 규제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기술개발이나 신사업 추진은 사실상 '시간과의 싸움'이다. 밤을 새워 개발해도 모자랄 판에 때가 되면 소등해야 하는 현실에서 빅테크(대형 IT기업) 출현이 가능하겠냐고 업계는 반문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근로시간 규제는 그대로 둔 채 '벤처 4대강국 도약'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AI, 모빌리티, 휴머노이드 등 첨단기술 굴기에 나선 중국 IT(정보기술)업계에선 '996근무제'(오전 9시~밤 9시 주6일 근무)가 일반화했다. 이런 중국에 위협을 느낀 미국 실리콘밸리조차 중국식 근무제가 확산한다고 한다. 업계에선 최소한 근무 유연화 제도인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고소득 관리직이나 연구·개발직 등 핵심인력들만이라도 특정 시점에 선택적으로 시간제약 없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기술패권 시대의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지금처럼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면 정부의 이번 대책 역시 선언적 구호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해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 때 비로소 벤처·스타트업이 대한민국 성장전략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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