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FSD를 애용한다는 한 지인은 "자율주행은 이미 일상의 경험을 바꾸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건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현실을 달리고 있는데 제도와 사회적 논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다.
테슬라의 FSD는 감독형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국내에 본격 도입됐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거나 가속·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주행하고 주차까지 수행한다. 다만 국내에서 FSD는 차량의 주행은 사람이 담당하고 시스템은 이를 보조하는 자율주행 2단계로 분류된다. 사고 책임 역시 운전자에게 귀속된다.
제도적 분류와 실제 체감 사이의 간극은 크다. 다수의 이용자들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운전자의 개입이 거의 필요 없다고 말한다. 장애물을 회피하고 좌회전과 우회전, 차로 변경과 끼어들기까지 스스로 판단하며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은 사람 운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출발부터 목적지 주차까지 운전대를 잡지 않는 사례들이 잇따라 올라온다. 법은 여전히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기술은 이미 새로운 주행 경험을 만들어 가고 있다.
FSD 역시 오작동과 안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교통법규를 지키며 운전하는 것이 사람보다 낫다", "피곤한 출퇴근길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등 기술의 완성도와 안전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FSD를 처음 경험한 대리기사의 반응이다. 손님의 테슬라로 목적지까지 이동한 그는 "이렇게 가면 대리비를 받기가 죄송한데.."라며 멋쩍어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노동의 방식과 가치까지 흔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 앞에서 우리의 준비 상태다. 자율주행 기술이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 구조를 재편하는 변곡점에 들어섰지만 국내 논의는 여전히 '규제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다. 기술 경쟁력은 뒤처졌고, 혁신을 뒷받침할 사회적 논의와 정책적 상상력도 부족하다. 외국 기업에 시장을 내주고, 일자리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운전자 없는 로봇택시를 상용화 단계에 올려놓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운전자가 없으면 실증 테스트조차 쉽지 않다. 일부 구간, 지정된 시간에 자율주행 택시나 셔틀을 운행하는 시범사업이 고작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낡은 제도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서비스 확산의 고질적인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한국은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외국 기업에 의존한 채 '껍데기 자동차'만 생산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과장이 아니다.
최근 정부가 자율주행 산업 육성을 위해 광주시 전역을 실증도시로 지정키로 했다. 예산 610억원, 자율주행차 200대를 투입해 기술 고도화와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이 정도로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된 테슬라 차량 중 FSD 사용이 가능한 차량만 약 2000여대로 추산된다. 이중 일부는 이미 전국 도로를 누비며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쌓고 있다.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FSD 도입 한 달여 만에 국내 누적 주행거리는 100만㎞를 넘어섰다. 우리 국토를 약 480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다.
자율주행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선언적 구호가 아닌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활용 규제의 합리적 정비, 조세 감면과 재정 지원을 통한 투자 장벽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기술 혁신이 불러올 일자리 변화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미뤄서는 안 된다. 이미 도로 위에서는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다. 변화의 속도를 늦춘다고 미래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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