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
요양원을 찾을 때마다 마주하는 풍경이 있다. 요양보호사 한 명이 수많은 어르신의 식사와 목욕, 배변 케어를 도맡고 있는 현실이다. 헌신적인 손길에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과연 이 구조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밀려온다.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섰고, 사상 처음으로 70대 이상이 20대 인구를 추월했다. 통계청은 2045년이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런데 이 거대한 돌봄 수요를 감당해야 할 인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초고령사회 대응 돌봄 인력 수급 연구'에 따르면 2030년 요양보호사 약 13만 명이 부족하고, 2050년에는 그 숫자가 무려 91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장의 이직률은 30%를 넘고, 신규 인력의 절반이 1년 안에 떠난다.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와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 정서적 소진까지 겹치면서 돌봄의 최전선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하는 건 기업의 역할이 아니다. 언제나 현실은 어려웠지만 늘 그것을 해결하는 건 기술이었다. 케어링은 피지컬 AI(인공지능)가 답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고 믿는다. 피지컬 AI란 로봇이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움직이는 차세대 AI를 말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차세대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지목한 이 기술은 이제 실험실을 벗어나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휴머노이드 로봇은 센서로 주변 환경을 실시간 파악하고, 어르신이 의자에서 일어설 때 팔을 내밀어 주며, 바닥의 장애물을 미리 치우고, 평소와 다른 행동 패턴이 감지되면 가족에게 즉시 알릴 수 있다.
기존 AI 스피커가 "약 드실 시간입니다"라고 안내하는 데 그쳤다면, 피지컬 AI는 약통과 물컵을 직접 가져다주는 실행까지 해낸다. 고령화 위기를 맞은 중국은 피지컬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다. 1500억위안 규모의 투자로 휴머노이드 양산 체제에 돌입했고, 가정용 로봇 산업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250여개 기업과 함께 '피지컬 AI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고 향후 5년간 32조원 이상을 로봇산업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기술의 시계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AI 복지·돌봄 혁신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스마트 돌봄 스페이스 구축과 돌봄로봇 실증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한다. 로봇은 사람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며 사람이 진짜 돌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방시키는 존재다. 요양보호사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상당 시간을 체위 변경, 이동 보조, 배변 케어 같은 고강도 신체노동에 소진한다.
밤새 2시간마다 돌아누워 드려야 하는 욕창 예방, 몸무게 60㎏이 넘는 어르신을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는 이승 작업. 이러한 업무를 로봇이 분담한다면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표정의 미묘한 변화를 읽어내고, 정서적 교감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다. 실제로 고령화가 더 빨리 온 일본은 돌봄 현장에 기술을 도입해 장기요양 인력의 업무 부담을 경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진정한 돌봄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AI가 바이탈 사인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로봇이 야간 순찰과 낙상 감지, 응급 대응을 맡으면 사람은 비로소 사람다운 케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 기술과 인간의 결합이 오히려 돌봄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역설적 풍경이다.
이것이 바로 케어링이 생각하는 케어의 미래다. 돌봄 인력 대란이 현실이 되기 전에 로봇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 어머니의 손을 잡아드리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다만 어머니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하루를 보내실 수 있도록, 그 곁에는 기술이 함께하는 것이다. 사람과 로봇이 나란히 서는 돌봄의 풍경, 그것이 초고령사회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미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