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2025년 초, 프랑스는 멈춰 섰다. 지하철이 서고 병원이 문을 닫고 아이들의 등굣길이 끊겼다. 거리에는 수백만 명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가 연금개혁과 복지정책 감축안을 발표하자 사회 전체가 마비됐다. 은퇴를 앞둔 이들은 "평생을 일했는데 이제 와서 더 일하라니 너무하다"고 외쳤고 젊은 세대는 "우리에게 돌아올 혜택은 애초에 없었다"고 한탄했다.
그날 프랑스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연금과 복지정책의 문제가 아니었다. 민주주의는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질문 앞에 섰다. 민주주의는 인구가 늘고 도시가 성장하고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 믿던 시절에 태어났다. 투표는 미래에 대한 신뢰였고 정치는 희망의 언어였다. 그러나 지금 세계의 민주국가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다.
민주주의는 세대 간의 약속으로 유지된다. 젊은 세대가 일하고 세금을 내며 사회를 지탱하고 노년 세대는 그 결실을 복지로 돌려받는다. 이러한 순환이 유지될 때 공동체는 지속된다. 그러나 지금 그 약속이 흔들리고 있다. 청년은 "내가 내는 세금은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느끼고 노년은 "이제 와서 복지를 줄이겠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말한다. 세대는 서로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각자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다수의 표는 여전히 존중되지만 다수의 시간은 더 이상 미래를 향하지 않는다. 그 사이 민주주의는 조용히 신뢰기반을 잃어간다.
프랑스의 시위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이 아니라 더 깊은 상상력이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복지는 노력하면 효율화할 수 있다. 특히 돌봄 서비스는 똑같은 비용이라도 서비스 제공자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경쟁한다면 그 혜택은 어르신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이런 서비스들이 고도화된다면 돌봄 비용은 지출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를 유지하는 투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필자 회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더 나은 요양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문요양에 AI(인공지능)을 도입해서 공휴일에 AI가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고, 주간보호센터에 어르신의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헬스케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빠르게 다가오는 돌봄 인력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돌봄 로봇 개발에 필요한 모션 데이터 전담사업부인 모션 스케일팀도 신설했다. 피지컬 AI 기술 고도화를 목표로 국내외 로봇·AI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부족해질 요양보호사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기술을 요양사업에 적용하고 투자하는 이유는 우리가 먼저 움직여서 혁신을 보여주면 많은 시장 참여자가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서비스에도 적용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사회 전반에 있어야 복지를 사회적 비용이 아닌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로 바라볼 수 있다. 요양 서비스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새로운 기술의 탄생으로 바라보고 행정의 영역을 넘어서 다른 산업들처럼 육성해야 할 새로운 산업으로 바라볼 때 더 이상 세대 간의 싸움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다리로 작동될 수 있다. 노년의 삶을 존중하고 청년들에게 무조건적인 책임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고령화 이후의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이제 막 고령화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첫 세대다. 단순히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세대 간의 생각을 이해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청년의 삶과 노년의 삶이 충돌하지 않고 함께 흐를 수 있도록 사회의 제도와 돌봄이 다시 설계돼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느냐'를 공동체가 함께 논의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