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AI(인공지능)은 단연 가장 뜨거운 분야다. 필자는 노타(55,400원 ▲5,650 +11.36%)와 S2W 등 AI 기술 스타트업을 초기부터 지원해 상장까지 함께했다. 두 기업은 기술력과 시장성을 입증하며 AI 투자가 단순한 기대가 아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벤처캐피탈(VC)들도 차세대 AI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체 벤처투자금은 약 2050억 달러(약 298조원)로, 이중 절반인 1043억 달러가 AI에 투자됐다. 하지만 AI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속도 못지 않게 방향도 중요하다.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VC의 본질적 역할이자 과제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AI를 미래 성장의 전략산업으로 규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G3(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확충, 민·관 대규모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시행될 'AI 기본법'은 혁신 지원과 안전 관리체계를 병행하며 산업 전반의 AI 활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러한 정책적 기조는 한국이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에서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소수 인력으로 매출과 수익을 단기간에 실현하며 수조 원대 기업가치를 달성한 티니(Tiny) AI 유니콘이 급속히 늘고 있다. 미드저니, 스킬드AI, 애니스피어가 대표적이다. 미드저니는 50여명의 팀으로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스킬드 AI도 40~50명의 인력으로 단기간에 10억 달러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작은 팀, 빠른 실행, 높은 기술 밀도, 즉각적인 수익화다. 이들은 자본보다 기술 역량과 실행 속도로 시장을 선점하면서 기존 대규모 인력·자본 중심의 성장 공식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 AI 산업은 지금, 규모보다 효율과 실행력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하드웨어 인프라, 숙련된 엔지니어 인력, 제조·의료·국방 등 산업형 데이터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반은 AI 기술 상용화의 토대이지만 데이터 접근성의 제약,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계, 절차 중심의 생태계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AI 산업이 알고리즘 경쟁에서 데이터·응용·실행 중심 경쟁으로 이동하는 지금, 한국VC는 기술과 산업을 연결하는 전략적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VC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규모보다 실행의 경쟁이 중요하다. 먼저, 작게 시작해 빠르게 검증하는 투자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 다음 산업 기반 버티컬 AI 전략을 강화해 제조·반도체·의료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과의 결합을 추진해야 한다. 세번째는 데이터 자산 확보형 기업에 대한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 넷째, 대기업-스타트업 협업 구조를 확대해 산업 데이터와 기술이 결합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회수 전략을 초기부터 설계해 해외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투자자(SI) 유치 등 다양한 회수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AI 투자는 산업의 질서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다. 글로벌 자본은 AI로 몰리고 각국 정부는 이를 성장 엔진으로 삼고 있다. 이제 한국 VC는 단순한 자본 공급자를 넘어, AI 시대 산업혁신의 동반자이자 전략적 촉매자로 거듭나야 한다. 작고 민첩한 팀, 명확한 문제 해결력, 산업 기반의 응용력이 결합될 때, 한국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티니 AI 유니콘'이 속속 탄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