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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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산업용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반도체 등 핵심 제조업 현장에서 로봇은 높은 인건비를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산 효율성까지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용 로봇 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로봇협회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로봇 시장은 약 165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로 집계됐다. 산업별 설치 대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는 13만5461대, 전자·전기 산업에는 12만5804대의 로봇이 새로 투입됐다. 특히 물류와 같은 분야가 두드러져, 관련 로봇만 11만2986대가 판매되며 자동화 수요 증가를 입증했다.
산업용 로봇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AMR'(자율이동로봇)이다. 로봇이 스스로 주변을 인식하며 이동하고, 사람이 들기 어려운 무거운 물건을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AMR의 핵심은 공간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3D 비전' 기술이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누적 200억 원대 투자를 이끌어낸 스타트업이 있다. 2021년에 설립된 '클레'가 그 주인공이다.
클레는 최근 16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했다. 앞서 시드(6억 원), 프리시리즈A(35억 원), 프리시리즈A 브릿지(5억 원)를 포함하면 누적 투자액은 206억 원에 이른다. 이번 시리즈A는 SBVA가 주도했으며, 미래에셋벤처투자, 코오롱인베스트먼트, IBK벤처투자, KT인베스트먼트 등이 새롭게 참여해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클레의 핵심 제품인 3D 카메라 '코픽쓰리디 시리즈'는 최대 0.1mm 오차 수준의 고정밀 3D 측정 성능을 구현한다. 엔비디아의 병렬 처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실시간 연산 능력을 확보해, 기존 2차원 머신비전으로는 불가능했던 복잡·정밀 조립 및 검사 공정의 완전 무인 자동화를 가능하게 했다. 현재 코픽쓰리디는 완성차 업체 등을 중심으로 약 200대가 판매된 상태이며, 올해 예상 매출은 약 45억 원으로 추정된다.
홍상우 SBVA 수석은 "별도의 고가 3D 센서 없이도 정밀한 입체 데이터를 추출하는 독자 기술은 산업적 혁신성이 매우 높다"며 "이 기술은 이미 국내외 주요 완성차 기업으로부터 성능을 인정받아 실제 양산 공정에 도입됐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클레는 이번 시리즈A 투자를 통해 매출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초기 비용 부담이 적은 외주생산(OEM) 방식으로 양산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위해 영업팀 신설과 판매 조직 구축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확보한 투자금의 일부는 핵심 기술 고도화를 위한 R&D(연구·개발)에도 투입할 예정이다.
클레는 일본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현재 일본의 대형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벤더사에 테스트용 장비를 보내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국내의 약 3배 규모로 알려져, 클레의 해외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교두보로 평가된다. 이진한 클레 대표는 "일본 제조업 자동화 수준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6분의 1정도로 더디다"며 "우리의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진입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클레는 이미 현대·기아차의 양산 공정에 성공적으로 납품한 검증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도요타·혼다 등 일본 완성차 기업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제조업의 높은 품질 기준 속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기술로 평가받으면 다른 국가 진출도 더 용이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