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위성, 200억에 살린다"...한국형 우주정비소에 '뭉칫돈'

김건우 기자 기사 입력 2025.1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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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핫딜] 워커린스페이스, 90억 프리시리즈A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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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린스페이스 기업부설연구소에 설치된 3차원 미세중력모사장치 실험실 모습 /사진제공=워커린스페이스
워커린스페이스 기업부설연구소에 설치된 3차원 미세중력모사장치 실험실 모습 /사진제공=워커린스페이스

궤도상 서비싱(OOS, On-Orbit Servicing)는 인공위성 등 우주자산의 수명 연장, 유지 보수 등을 우주 공간에서 직접 수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궤도상 서비싱 시장을 개척한 것은 2020년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다. 자회사 스페이스 로지스틱스가 개발한 임무연장위성 'MEV-1'이 연료 고갈로 폐기될 뻔한 통신위성 '인텔샛 901'에 도킹해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성공한 것. 통신위성은 한 기를 만드는 데 3000억~5000억원이 들어가지만 연료가 바닥나면 멀쩡한 장비를 그대로 폐기해야 했다. 하지만 MEV-1이 '우주주유소' 역할을 하며 위성의 수명을 늘리는 데 성공하면서 궤도상 서비싱 시대가 본격 열리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궤도상 서비싱(OOS, On-Orbit Servicing)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해 출범한 워커린스페이스가 주인공. 이 회사는 최근 IMM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라구나인베스트먼트, 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90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110억원이다.

김해동 워커린스페이스 대표 /사진제공=워커린스페이스
김해동 워커린스페이스 대표 /사진제공=워커린스페이스


"검증된 맨파워·비즈니스에 베팅"


투자사들은 워커린스페이스가 타깃하는 시장이 '먼 미래의 공상과학'이 아닌 '검증된 비즈니스'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김윤호 IMM인베스트먼트 심사역은 "5000억원짜리 위성을 폐기하는 대신 100억~200억원을 들여 수명을 3~5년 연장할 수 있다면 위성 사업자 입장에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이라며 "노스롭 그루먼은 이미 위성들의 수명 연장 서비스를 통해 연간 수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성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소한 우주 기술임에도 투자가 성사된 결정적 이유는 '맨파워'다. 김해동 워커린스페이스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25년 넘게 재직하며 실제 위성을 설계하고 10대 이상을 우주로 쏘아 올린 베테랑이다. 김 심사역은 "우주사업은 시뮬레이션과 실전이 천지 차이"라며 "김 대표는 위성 간 접근(랑데부)과 연결(도킹) 기술을 연구해 온 전문가이며 김동완 CSO(최고전략책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팀장 출신으로 민간 비즈니스 감각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국방과학연구소장을 역임한 백홍렬 기술고문이 합류해 해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등 '상호보완적 드림팀'을 구성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워커린스페이스는 전체 직원(23명) 가운데 15명이 연구개발직이고, 이 가운데 6명이 박사, 7명이 석사 출신이다.

워커린스페이스 개요/그래픽=윤선정
워커린스페이스 개요/그래픽=윤선정

김해동 대표가 세종시 기업부설연구소 개소식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워커린스페이스
김해동 대표가 세종시 기업부설연구소 개소식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워커린스페이스


KT SAT과 협력, 韓 안보 지키는 '우주 정비공'


워커린스페이스는 국내 유일의 정지궤도 위성 사업자인 KT SAT과 지난 6월 구매의향서(LOI)을 체결했다. 해외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국가 안보 및 보안 이슈를 해결해 줄 유일한 대안이 워커린스페이스이기 때문이다. 또 세계 최대 위성 방송통신 사업자인 SES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김 심사역은 "타국 위성이 우리나라 위성에 접근해 도킹하는 것은 보안상 민감한 문제라 해외 기업에 맡기기 어렵다"며 "워커린스페이스는 한국 기업으로서 KT SAT의 퇴역 예정 위성을 대상으로 수명 연장 서비스를 실증할 수 있는 독점적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지원 강화도 투자 배경이 됐다. 궤도상 서비싱 사업은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이다. 워커린스페이스는 올해에만 중기부 딥테크 챌린지, 우주항공청 스페이스 챌린지 등을 통해 약 88억원 규모의 정부 사업을 수주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8년 데모 위성을, 2030년 상엉용 로봇위성 1호를 발사한다는 목표다.

김 심사역은 "3~4년 전 리벨리온에 투자할 때도 '한국에서 미국을 상대로 팹리스(반도체 설계)가 가능하겠냐'는 회의론이 많았지만, 결국 대표의 비전과 좋은 인재를 모아 성과를 만들었다"며는 "워커린스페이스 역시 지금은 도전적인 '슈팅스타'처럼 보일 수 있지만 김해동 대표의 역량과 비전을 볼 때 과거 팹리스 분야보다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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