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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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뿐만 아니라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령화와 이에 따른 안티에이징(노화방지) 바람으로 관련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에 따르면 전세계 미용 의료기기 시장은 2025년 24억달러(약 3조원)에서 2034년 250억달러(약 33조원)로 연평균 1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용 의료기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벤처캐피탈(VC) 업계도 관련 기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은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14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이노서스'다. 이 회사는 기존 미용 의료기기의 고질적인 난제였던 통증과 부작용 문제를 '암 치료 기술'에서 착안한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해결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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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패임' 공포 없앤 17배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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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프팅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미용 의료기기 기술은 고주파(RF)와 초음파(HIFU) 방식이다. 고주파 방식은 피부 표면에 뜨거운 열을 전달하는 '줄(Joule) 가열' 방식을 쓴다. 마치 다리미나 인두기처럼 밖에서 안으로 열을 밀어 넣다 보니 표피 온도가 상승해 화상 위험과 극심한 통증이 뒤따르는 한계가 있었다. 초음파 방식은 돋보기처럼 한 점에 에너지를 모으는 특성상 에너지가 집중되면서 찌릿한 통증을 유발한다.
이노서스가 개발한 '올타이트'(Alltite)는 이 문제를 DLTD(Dermis Layer Target Dielectric heating) 기술로 해결했다. 암 치료에서 체내 깊은 부위의 종양을 가열하기 위해 쓰이는 기술을 미용 의료기기에 최초로 접목한 것이다. 40.68MHz의 고주파 자기장을 쏘이면 피부 속 물 분자가 초당 수천만번 회전하며 내부에서 마찰열을 발생시키는 '유전 가열' 원리다.
핵심은 '선택적 타깃팅'이다. DLTD 기술은 수분이 풍부한 진피층에 열을 쌓는 효율이 수분이 적은 지방층보다 17배 이상 높다. 결과적으로 탄력에 필요한 진피와 근막(SMAS)층은 강력하게 자극하면서도 얼굴 라인을 유지해야 할 피하지방층은 안전하게 보존해 리프팅 시술의 부작용인 '지방 위축(볼 패임)' 위험을 최소화했다. 표면에 억지로 열을 가하지 않는 '내부 가열' 방식과 듀얼 쿨링 시스템 덕분에 마취 없이 시술할 수 있을 정도의 저통증을 구현한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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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가 2번이나 공장을 찾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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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투자를 주도한 신정환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는 이노서스의 차별점을 '정렬'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단순히 새로운 에너지 방식을 도입한 것에 그치지 않고 진피층 타깃팅을 위해 에너지 전달 방식과 컨트롤 로직, 임상 설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교하게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신 파트너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 올타이트의 부품을 낱낱이 분석하고, 제조 공장을 두 번이나 직접 방문할 정도로 정밀한 실사를 진행했다. 신 파트너는 "전임상 데이터와 초기 임상에서의 열 분포, 시술 후 조직 변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이론적으로 좋아 보이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재현 가능한 결과를 만드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노서스를 극초기 단계에서 발굴한 배영진 테일벤처스 대표는 이 팀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빠른 실행력에 주목했다. 의료·헬스케어 초기투자 전문 VC인 테일벤처스는 현장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창업한 기업을 주로 발굴한다. 배 대표는 "기술적 해자는 특허로 증명되지만 기업의 가치는 그 기술을 얼마나 빨리 시장에 안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노서스는 설립 2년여 만에 기술 개발부터 대량 생산, 글로벌 계약까지 완벽한 타임라인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노서스는 국내 정식 출시 전 이미 일본, 홍콩, 브라질 등 3개국에서 300대 이상의 올타이트 선주문을 확보하며 글로벌 수요를 입증했다. 국내에서도 출시 10개월 만에 200대 이상 판매 성과를 올렸다.
창업자인 심재용 대표의 전문성도 투자 배경을 꼽았다. 서울과학고 수석 졸업, 서울대 의대 졸업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넘어 현직 의사로서 느꼈던 시장의 한계를 물리학적 이해도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신 파트너는 "이노서스는 기존 플레이어들이 해결하지 못한 페인 포인트(볼 패임, 통증)를 정확히 찌르는 포지셔닝으로 시장 학습 비용을 줄이면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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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넘어 '반복 매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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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미용 의료기기 사업구조는 프린터와 잉크처럼 장비 판매 후 소모품 공급을 통해 수익을 내는 '리커링 매출'이 핵심이다. 이노서스는 올타이트 시술 데이터와 실시간 연동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리커링 매출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파트너는 "데이터 연동형 소모품 판매 모델로의 확장이 자연스러운 구조"라며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노서스는 이번에 확보한 142억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준에 맞춘 품질 고도화와 북미·유럽 시장 진입을 위한 임상 및 규제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알토스벤처스와 테일벤처스는 단순 자본 제공을 넘어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과 임상 전략 수립에 적극 조력할 예정이다.
신 파트너는 "가장 큰 허들은 기술 그 자체보다는 기술을 일관된 품질로 대량 생산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게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단순한 자본 제공을 넘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과의 비교 관점, 임상 및 규제 전략, 그리고 해외시장 진입 시 필요한 파트너십 구조 등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