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농장'에 70억 뭉칫돈이…송아지에 '금융' 입히는 전략 통했다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6.04.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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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핫딜]'뱅카우' 운영사 스탁키퍼, 70억원 시리즈B 투자유치

[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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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탁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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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우 산업은 22조원 규모에 달하지만 생산과 유통, 판매가 분절된 구조로 인해 오랜 기간 비효율이 누적돼 왔다. 농가와 중간 유통상, 판매 채널이 각각 분리돼 가격 왜곡과 수익 배분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도 떨어지는 문제가 지속됐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한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특히 한우라는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와 회수라는 금융 모델을 결합함으로써 기존 축산업의 자금 조달 방식을 혁신하는 동시에, 일반 투자자까지 한우 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우를 증권화해 일반인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가축 투자 플랫폼 '뱅카우' 운영사 스탁키퍼의 이야기다. 스탁키퍼는 투자금 모집부터 사육·가공·판매에 이르는 한우 밸류체인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며 금융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누적 수익률 17%, '안정 자산' 美 채권 금리보다 수익률 높아


/사진=스탁키퍼
/사진=스탁키퍼
2020년 10월 설립된 스탁키퍼는 현재까지 15회차에 걸쳐 한우 조각투자상품(투자계약증권)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5개 상품의 청산을 완료했다. 청산 완료 상품 기준 누적 수익률은 약 17% 수준이다.

이는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채권 금리(연 5~6% 수준)보다 높은 수익률이다. 뱅카우는 투자자가 소를 소유하고 농가는 이를 위탁받아 사육하는 구조다. 현재 협업 중인 농가는 30곳으로 총 3000마리를 키우고 있다.

농가에는 한 마리당 약 3만~3만2000원 수준의 월 사육관리비가 지급된다. 예를 들어 100마리를 위탁해 사육할 경우 월 300만원 수준의 사육 관리비를 지급받게 된다. 연간으로는 약 3600만원 규모다.

반면 기존처럼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30마리만 사육할 경우 수익률이 약 10%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2년(사육기간) 기준 약 3000만원 수준의 수익에 그친다. 농가가 뱅카우를 선택하는 이유는 보유한 축사 대비 실제 사육 규모가 작아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00~120마리 사육 가능한 시설을 갖췄음에도 자금 부담으로 실제로는 약 30마리만 키우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 70마리 규모의 공간은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뱅카우를 활용하면 자금 조달 어려움 없이 사육 규모를 확대할 수 있고 보유 시설 효율화도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서 뱅카우는 송아지 취득비와 사료비, 사육관리비 등에 투자하면 사육 이후 경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정산받는 구조다. 투자 기간은 약 10~16개월로, 단기간 고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이다.


투자자들, '파편화된 시장 수직계열화' 가능성에 베팅


/사진=스탁키퍼
/사진=스탁키퍼
스탁키퍼는 한우 F&B 브랜드 '솔직한우'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육류 가공센터 '고기설계소'를 통해 가공점, 정육점, 프랜차이즈 등에 한우를 공급하는 B2B 사업도 병행한다. 투자계약증권 발행뿐 아니라 가공·유통·판매 채널까지 함께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스탁키퍼는 사업모델의 혁신성을 인정받아 최근 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산업은행, 롯데벤처스, 인라이트벤처스,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이준혁 롯데벤처스 책임심사역은 "스탁키퍼를 주목한 가장 큰 이유는 '파편화된 시장의 수직계열화' 가능성"이라며 "현재 국내 한우 산업은 약 8만개의 소규모 농가로 분산돼 있다.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혁 심사역은 "한우는 닭이나 돼지와 달리 수직계열화된 대형 기업이 전무한 유일한 축종"이라며 "하림이 닭, 도드람이 돼지 시장에서 생산부터 유통까지 통합해 성장한 것처럼 스탁키퍼는 22조원 한우 시장에서 그 역할을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선점 효과가 곧 스탁키퍼만의 강력한 해자(Moat)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또 다른 강점은 높은 규제 진입장벽을 뚫고 금융 제도권 내에 안착했다는 점"이라며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최초로 가축투자계약증권 발행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후발 주자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이미 9연속 청약 초과 달성이라는 시장 검증까지 마친 만큼 후발 주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제도적 해자를 구축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차원의 시너지도 기대감


/사진=스탁키퍼
/사진=스탁키퍼
아울러 전염병 발생 시 국가 보상금을 활용하고 자체 투자자 보호기금을 통해 보상금을 선지급하는 '폐사 리스크' 대응 방안을 마련한 점, 신한투자증권 및 NH농협은행과 같은 계좌관리 기관을 통해 고객의 예치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가 유년 시절 부모님의 젖소 농장 운영을 지켜보며 자랐고, 성인이 된 후에는 한화종합상사 축산팀에서 실무를 익힌 축산 전문가라는 점도 투자 요인이 됐다.

이 심사역은 "창업자의 도메인 깊이는 사업의 지속성을 판가름하는 핵심 변수"라며 "한우 산업 전반을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오너십, 전문성의 조합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 역량"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배경은 농가들이 겪는 자금난을 정확히 파악하고 투자자와 농가가 상생할 수 있는 뱅카우 모델을 고안하는 밑거름이 됐다"며 "밸류체인 통합을 통해 전후방 산업에 진출함으로써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롯데벤처스의 투자는 롯데그룹 차원의 전략적 협력을 염두에 둔 딜(Deal)이다. 이 심사역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롯데 생태계 내 공급망 내재화 차원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분명한 딜"이라고 했다.

그는 "롯데마트와 엘그로(롯데상사 축산 자회사) 등 롯데그룹 계열사는 이미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축산물을 매입하고 있다"며 "스탁키퍼가 1만두 이상 안정적 한우 공급 체계를 갖추는 순간 마트 전용 상품 개발이나 B2B 직납 계약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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