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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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미국치과기공협회(NADL)가 밝힌 미국 치과 보철물의 해외 제작 비율이다.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 40여 개국의 기공소가 미국 치과의사들의 주문을 받으며, 외주 규모만 연간 13억2000만 달러(약2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품질이다. 이들 국가의 보철물 재제작 비율은 8~12% 수준이다. 보철물 10개를 주문하면 최소 1개 이상은 불량이 나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 기공소의 평균 재제작 비율은 1~3%로 주요 외주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제작 단가 역시 미국 현지 가격의 절반 이하다. 스타트업 이노바이드는 이러한 구조적 격차를 파고들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글로벌 치과기공 서비스 '덴트링크(Dentlink)'를 선보였다.
이노바이드는 최근 SBVA(구 소프트뱅크벤처스) 주도로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IBK기업은행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고 원익투자파트너스,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뮤렉스파트너스도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이노바이드의 누적 투자금은 19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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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공 기술력 세계 최고, 체계적 국가면허가 만든 '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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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VA가 이노바이드에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한국 치과기공 인프라의 강점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면허 취득을 위해 대학 치기공과 졸업을 필수로 규정하는 등 엄격한 국가면허 제도를 운영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의무 현장 실습 덕분에 숙련된 인력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대형 임플란트 기업들이 자체 교육센터를 통해 기공사들의 역량을 끌어올렸다.
정나영 SBVA 수석심사역은 "치과기공은 한국이기 때문에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산업"이라며 "이 구조적 우위를 글로벌 시장과 연결하는 사업 모델의 제품시장적합성(PMF)이 입증된 것을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심사역은 이노바이드의 '95%에 달하는 유상 고객 유지율'과 '0.6%의 재제작 비율'에 주목했다. 치과의사 추천을 통한 신규 유입 비율도 40%를 웃돈다. 제품을 경험한 해외 치과의사들이 이탈하지 않고 주변 동료들에게 자발적으로 소개하며 고객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재제작 비율이 해외 경쟁국(8~12%)은 물론 국내 평균(1~3%)의 절반 이하인 0.6%까지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은 기공 전 과정의 디지털 표준화 덕분이다.
덴트링크는 치과의사가 구강스캐너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AI가 제작 적합성을 실시간으로 판별한다. 이후 파트너 기공사에게 해당 치과의사의 과거 선호 성향과 주문 요건을 정량화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기공사의 숙련도나 육안에만 의존했던 색상 매칭(쉐이드) 가이드 등도 모두 앱 기반 데이터로 표준화했다. 정 수석심사역은 "그동안 치과의사들의 선호와 피드백을 데이터로 착실히 축적해온 것이 지금의 뛰어난 품질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노바이드 개요/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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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의 100%를 해외에서, 올해 180억원 목표…B2C 브랜드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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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바이드는 매출의 10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영국 등 6개국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180억원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28개 주 전역에 고객 치과를 확보했다.
실제 세계 1위 임플란트 제조사인 스트라우만이 덴트링크의 데이터 경쟁력을 먼저 알아보고 먼저 협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호주 시장의 경우 스트라우만과 손을 잡은 이후 거래 치과 수가 3배 이상 급증했다.
SBVA 역시 진출 국가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이미 검증된 핵심 시장의 침투율을 극대화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 수석심사역은 "미국과 호주 치과 시장의 전체 규모를 감안하면 현재 이노바이드의 침투율은 시작 단계에 불과해 성장 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스트라우만 사례처럼 글로벌 구강스캐너나 임플란트 기업들로부터 협업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어 이들과의 파트너십 확대가 향후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노바이드가 눈독을 들이는 다음 시장은 심미 보철 영역이다. 올해 3분기 라미네이트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 수석심사역은 "한국은 라미네이트 시술이 워낙 활성화되어 있어 제작 품질도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미국과 호주 등 해외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블루오션"이라고 짚었다.
특히 라미네이트는 치료 목적의 일반 크라운 보철물과 달리, 환자가 직접 시술 방식을 검색하고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 시장이다. 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좋은 데다, 속도보다 완성도와 심미성을 극도로 중시하는 시술 특성상 배송 리드타임(소요 시간) 압박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정 수석심사역은 "치과의사가 선택하는 기공소가 아니라 환자가 먼저 인지하고 신뢰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라며 "B2B(기업간거래) 위주였던 사업 구조를 넘어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브랜딩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노바이드는 이번 투자금으로 미국·호주 시장 확장, 국내 로봇 연동형 자동화 보철물 제조센터 구축, AI 기반 치과 보철 서비스 연구개발(R&D) 인재 확보에 집중한다. 제조센터는 영세한 파트너 기공소들이 갖추기 어려운 정밀 장비를 중앙화해 공동 활용하는 구조다.
국진혁 이노바이드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는 이노바이드가 치과 보철물 재제작이라는 업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글로벌 스케일에서 해결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이번 펀딩을 발판으로 기술과 제조 인프라를 더욱 고도화해 전 세계 치과기공 시장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