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조연이 뿌린 씨앗

김우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글로벌협력처 홍보팀장 기사 입력 2026.07.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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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의 위인사이트(We-in-Sight) 제4화

[편집자주] 과거의 지혜로 내일의 혁신을 읽는 [위인사이트(We-in-Sight)]를 연재합니다. 집필을 맡은 김우현 팀장은 20여 년간 대학에서 창업생태계의 탄생과 성장을 지원해온 전문가입니다.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역사 속 위인들의 삶을 현대적 기업가정신으로 재해석하여 오늘날의 창업가들에게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과 따뜻한 격려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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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꽃은 단연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다. 수많은 예비창업가들이 사업계획의 초기 단계부터 어떻게 하면 빠르게 기업가치를 키워 매각할지, 언제쯤 막대한 부를 쥐고 이 시장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계산한다. 자본주의 생태계에서 이윤 추구와 자산 증식은 당연한 권리이자 목표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얻은 한 가지 진리가 있다. 눈앞의 수확과 당대의 보상에만 집착하는 기업은 결코 위대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진정으로 시대를 흔들고 영속하는 기업들의 이면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마인드셋이 존재한다. 그것은 내가 뿌린 씨앗의 결실을 내가 아닌 '다음 세대'와 '사회'가 수확하게 하겠다는, 기꺼이 '미래를 위한 조연'이 되겠다는 숭고한 기업가정신이다.

역사 속에서 가장 빛나는 기업가들은 스스로 시대의 화려한 주인공이 되기보다, 미래를 위한 단단한 토양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조선 시대 제주의 거상 김만덕의 삶이 그러했다. 거센 태풍과 기근으로 제주 주민들이 굶어 죽어갈 때, 그녀는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전 재산을 털어 육지에서 곡식을 사 왔다. 당대의 기준으로 보면 기업의 파산이자 무모한 희생이었다. 하지만 김만덕은 자신이 이룩한 부의 종착지가 개인의 영달이 아닌 '이웃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공동체'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희생은 제주를 살려냈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나눔과 상생의 가장 거대한 상징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를 유지하며 존경받은 '경주 최부자집'의 철학 역시 결을 같이한다.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는 그들의 가훈은 현대의 상생 경영이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원형이다. 그들은 이웃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부의 독점을 경계했다. 그 결과 해방 이후 전 재산을 지역 대학 설립에 기부하며, 당대의 수확을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의 씨앗'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미국의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 또한 "부유한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인생의 전반기에는 부를 축적했지만, 후반기에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 설립을 비롯해 전 세계 2500여개의 도서관을 짓는 데 전 재산을 바쳤다.

이 거인들은 모두 자신이 거둔 수확을 사회라는 대지에 다시 양분으로 돌려보낸 위대한 조연들이었다. 이들이 오늘날 우리 생태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창업은 과실을 따 먹는 행위가 아니라, 척박한 땅에 씨를 뿌리는 행위라는 점이다.

최근 우리 창업 문화는 지나치게 '수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얼마나 빨리 부자가 될 것인가, 얼마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인가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 기업의 뿌리가 깊어지기 전에 줄기만 비대해진다. 조금만 가뭄이 찾아오거나 시장의 풍파가 불면 쉽게 뿌리째 뽑혀 나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업가가 스스로를 '시대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비즈니스는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으로 변한다. 반면, 내가 이 사회에 새로운 가치의 씨앗을 뿌리고, 이 결실을 통해 산업이 성장하고, 다음 세대의 청년들이 더 나은 인프라 위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조연'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기업은 강력한 사회적 존재 이유를 갖게 된다.

이제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도 '나의 성공'을 넘어 '우리 모두의 유산'을 고민하는 성숙기에 접어들어야 한다. 정부의 창업 지원 역시 단순히 매출을 얼마 올렸고 고용을 몇 명 했느냐는 당대의 정량적 수확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 기업이 우리 사회의 해묵은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긍정적인 낙수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청년 창업가들에게 진심으로 당부하고 싶다. 당신의 사업계획서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단순히 화려한 빌딩을 사고, 스포츠카를 타는 개인의 만족에 머물러 있는가?

안타깝게도 그런 목표는 당신을 작은 시련에도 쉽게 타협하게 만든다. 하지만 김만덕이, 최부자가, 카네기가 그러했듯 "내 고민과 희생으로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을 살게 하겠다"는 거대한 조연의 마인드를 품는 순간, 당신의 비즈니스는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숭고한 야성을 갖게 될 것이다.

주인공의 무대는 당대에 끝나지만, 위대한 조연이 뿌린 씨앗은 대를 이어 거목으로 자라난다. 당장의 수확 바구니를 내려놓고, 미래를 향해 가장 단단한 씨앗을 뿌리는 진짜 기업가가 되라. 역사는 언제나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힌 조연들의 이름을 가장 꼭대기에 기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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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우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글로벌협력처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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