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칼럼]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은 창업 초기 생태계의 핵심 축인 엔젤투자 시장이다. 초기 창업가에게 가장 먼저 자금을 공급하고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실패 가능성을 감내해주던 이 영역은 아직 침체기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 정부와 민간은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세제 혜택, 엔젤 매칭펀드, 교육과정, 개인투자조합 등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며 인프라는 상당 부분 제도화됐다.
여전히 아쉬운 지점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창업 생태계에서 여러 전문 엔젤 투자자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문 개인투자자(Business Angel)'라는 위상을 갖춘 집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개인 투자자들이 아니다.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창업 초기 기업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자본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시장 감각, 산업 연결성을 함께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엔젤투자가 조용한 개인 재테크나 세제 혜택 중심 활동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 개인투자자라는 위상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는 상당한 전문성과 산업 경험을 가진 엔젤들이 많이 존재한다. 특정 산업을 깊게 경험한 대기업 임원 출신, 기술을 깊게 이해하는 박사급 전문가 및 교수진, 창업과 투자 경험을 모두 가진 인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투자 활동은 사회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직업상 이해상충 우려나 사적 활동의 외부 노출 부담 등으로 투자 사실을 드러내기 꺼리는 경우도 많다. 아쉽지만 결과적으로 엔젤투자가 하나의 사회적 역할과 전문적 명예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과 불확실성이 더욱 가혹해지는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엔진을 양산하는 초기 창업 생태계는 단순히 '돈'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자금의 공급 외에 산업 정보, 기술 검증, 시장 네트워크, 전략적 조언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 집단'의 엔젤투자가 훨씬 중요해진다. 이들이 초기 창업 시장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할 때 엔젤투자는 단순한 자금 공급이 아니라 '전문성 기반 생태계 연결'로 진화하게 된다.
한국엔젤투자협회 역시 이러한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과 특허 분야 최고 전문가 집단인 변리사협회와 협약을 맺고 변리사들의 엔젤투자 시장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 퇴직 예정 임원들이 벤처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엔젤투자를 새로운 연결 지점으로 만드는 시도들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엔젤투자 시장 확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다 전문적이고 건강한 초기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초기 창업가는 결국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 그리고 좋은 엔젤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창업가가 처음 만나는 가장 현실적인 시장의 선배이자 조언자다. 각 산업의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이 단지 조직 내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혁신가의 시작을 돕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정부와 정책 당국도 이제는 단순한 세제 혜택을 넘어 전문성을 가진 민간 전문가 집단이 엔젤투자 시장에 더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및 정책, 그리고 사회적 인식 변화를 함께 고민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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