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기술경영경제학회 하계학술대회 '신기술 확산과 산업 생태계의 변화: 진단과 정책적 함의' 세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STEPI) 시스템혁신본부 우주공공팀 허병관 연구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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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해결할 대안으로 '우주 데이터센터'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개념 선점, 최초 도전 보다 경제성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병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우주공공팀 연구원은 3일 제주시 메종글래드 제주호텔에서 열린 '2026 기술경영경제학회 하계학술대회-신기술 확산과 산업 생태계의 변화: 진단과 정책적 함의' 세션'에서 "우주 데이터센터가 'K-문샷 프로젝트'에서도 검토되고 있지만 재원 조달 등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며 "가능성이나 꿈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경제성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주 데이터센터 논의의 출발점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415테라와트시(TWh)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20%가 AI 수요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지상 밖으로 이전하려는 구상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대안으로는 해저 및 우주 데이터센터가 꼽힌다. 해저 데이터센터는 바닷물을 활용해 서버를 냉각함으로써 전체 전력의 20~40%를 차지하는 냉각 전력을 줄이는 방식이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궤도에서 장시간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고,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기업의 등장으로 발사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허 연구원은 우주 환경 자체가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과제는 방사선이다. 우주 공간에서는 감마선과 우주방사선 등 고에너지 입자가 지속적으로 쏟아져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손상될 수 있다. 허 연구원은 "실제 심우주 탐사선 '보이저호'는 방사선 내성을 확보하기 위해 킬로헤르츠(kHz)급의 구형 반도체를 탑재했다"며 "최신 GPU를 우주에서 활용하려면 방사선 경화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발열 문제도 있다. 그는 "진공 상태인 우주에서는 공기의 대류가 없어 열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복사 방열판으로 열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해야 하는데, 성능을 높일수록 발열이 커지고 발열을 줄이기 위해 성능을 낮추면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떨어지는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GPU를 적게 탑재하면 위성 플랫폼 가격이 탑재 장비보다 비싸지는 역설이 생기고, 반대로 GPU를 많이 실으면 중량 증가로 발사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위성 간 레이저 통신을 비롯한 초장거리 통신 기술 △물리적 거리에서 발생하는 연산 지연 △위성망 해킹에 대비한 사이버 보안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태양광 발전 역시 만능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허 연구원은 "위성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거나 태양폭풍으로 태양광 패널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배터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연료 소진과 부품 열화로 위성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지·운영 비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어디에 데이터센터를 배치할 것인가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기준 저궤도에는 약 1만4500기의 위성이 운용 중이며, 이 가운데 약 1만기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이다. 허 연구원은 "저궤도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우주쓰레기가 연쇄 충돌을 일으킬 우려가 커진다"며 "이에 따라 고도 2000~2만㎞의 중궤도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중궤도는 통신 지연이 커지고, 발사 비용 부담도 증가하며, 강한 방사선대를 통과해야 하는 위험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고려할 때 저궤도와 중궤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복합 배치 모델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허 연구원은 "우주 데이터센터가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실제로 우수한지, 발사 비용과 정비가 어려운 운영 환경, 통신 비용 등을 상쇄할 수 있는지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기술을 기능 단위로 세분화해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동시에 이를 시스템 단위의 종합 로드맵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