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 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 건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 40억톤 가운데 약 3분의 1이 폐기되고 있다. 금액으로는 약 1조달러(약 1260조원)에 달하는 손실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농식품 유통 과정에서 약 14%가 폐기되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약 2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식자재 폐기량을 줄이기 위한 관련 법·제도 도입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신선식품의 경우 유통 과정에서 보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폐기물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유통기업들이 저온·냉동창고 등 콜드체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신선식품의 부패 속도 자체를 늦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퓨어스페이스는 신선식품 유통기한을 연장하는 '에틸렌 가스 저감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당근, 토스 등 유니콘 기업을 발굴한 알토스벤처스로부터 6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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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기술개발…압도적인 에틸렌 제거 효율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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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퓨어스페이스의 에틸렌 가스 저감 촉매 시스템을 설치한 식자재 창고/사진제공=퓨어스페이스에틸렌 가스는 과일과 채소가 익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식물 호르몬으로 부패를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다. 에틸렌 농도를 낮추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여러 차례 제시돼 왔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구현한 사례는 드물었다.
2018년 설립된 퓨어스페이스는 6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유통 과정에서 과일과 채소의 에틸렌을 저농도로 유지하는 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에틸렌 제거 효율 90% 이상을 기록했으며 기존 필터 방식(3~4%)과 비교해 압도적인 성능 차이를 보였다. 상업 환경에서도 적용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안상일 알토스벤처스 파트너는 "기존 필터 기술은 포화 상태에 이르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반면 퓨어스페이스는 에틸렌을 단순 흡착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속적인 산화 반응을 통해 분해한다"며 "촉매의 정밀한 배합과 활성화 공정은 '코카콜라 레시피'에 비유할 만큼 핵심 기술로 명확한 기술적 해자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저온유지 공급망에 별도 증설 없이 바로 도입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혔다. 안 파트너는 "퓨어스페이스 시스템은 일반적인 저온저장 조건인 0~10℃, 상대습도 80~95%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며 "기존 냉장 설비를 수정할 필요가 없고, 전력소모도 150W 미만으로 매우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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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유통사와 PoC…폐기물 감축 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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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스페이스 개요/그래픽=김지영퓨어스페이스는 국내외 주요 유통사와의 실증(PoC)을 통해 기술력과 상업성을 검증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를 비롯해 프랑스 유통기업 까르푸(Carrefour), 한국 롯데마트와 진행한 실증 테스트에서 식품 폐기량이 50% 이상 감소했고 일부 품목은 유통기한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안 파트너는 "특정 농산물 카테고리에서는 유통기한이 2배로 늘었고, 투자 대비 수익률(ROI)도 개선됐다"며 "미국·유럽·한국 등 서로 다른 유통 환경에서 동일한 성과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기술의 과학적·경제적 가치가 모두 검증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 파트너는 퓨어스페이스의 기술이 유통 기업의 비용 절감과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현하는 핵심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퓨어스페이스의 기술을 도입하면 유통업체의 식품 폐기 비용이 최소 20% 이상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통기업의 재무적 이익을 높이는 것은 물론 ESG 경영에도 필수적인 솔루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