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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 한글날에 생각하는 AI 시대 창조의 가치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기사 입력 2025.10.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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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어릴 때 좋아했던 피아노, 물리학, 작곡 등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인정받을 만큼 잘한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그런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에겐 지금도 나도 모르게 동경의 마음이 생기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마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창조에 대한 경외심' 때문일 것이다. 한국어의 탄생은 그런 창조의 본능을 가장 아름답게 구현한 사례다. 한글은 마치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나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창업가의 정신과 닮아 있다. 한문으로 힘들어하던 수많은 백성들을 위해 누구나 쉽게 배우고 매일 사용할 수 있는 문자가 탄생했다.

세종대왕은 '백성을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라 말하며 반대와 비난을 무릅쓰고, 신하들을 설득해 수년간의 연구 끝에 훈민정음을 완성했다. 발음기관의 구조와 하늘·땅·사람의 원리를 본떠 만든 글자는 한 사람의 의지와 성실함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위대한 증거다. 그때로부터 58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그 창조의 결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종의 정신은 오늘날 AI(인공지능)가 이끄는 변화의 시대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 목적은 인간의 삶을 편안하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있다. 우리는 때때로 기술의 속도에 밀려 당황하곤 한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의 메시지가 AI 혁명으로 뒤덮이기까지 몇 년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도 변함없이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기존의 틀을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독창성'과 유연하게 대응하고 현실에 맞게 전략을 수정하는 '적응력'일 것이다. 독창성은 예술과 과학, 경영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의 원천이 된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융합적 사고를 통해 조직과 사회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능력이기도 하다. 상황 적응력은 타협과 융통성을 발휘해 갈등을 줄이고 협력의 길을 여는 능력으로,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우월한 유전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존재가 살아남는다. 독창성이 창의적 사고의 뿌리라면 상황적응력은 그 아이디어를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는 줄기다. 두 역량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혁신은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개인과 조직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창의력은 상상에서 시작되지만 적응력은 그것을 현실로 만든다.

한편 AI 시대는 지식의 양보다 태도의 깊이가 더 큰 힘을 갖는 시대다. 이제는 누가 더 많이 아는가보다 누가 더 꾸준히 배우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많은 부분을 AI로 할 수 있겠지만 독창성과 개성으로 완성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판단력과 종합력, 그리고 통찰력이다. 성실하게 사고하고 끈기 있게 다듬는 사람이 이 시대의 진정한 생존자가 되지 않을까.

바둑계의 변화는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어릴 때부터 훈련받은 천재 기사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했지만 AI가 등장한 뒤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늦게 입문했거나 재능이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이들이 AI를 활용해 꾸준히 학습하면서 격차를 줄여나갔다. 이제는 번뜩이는 감각보다 꾸준한 학습과 자기 점검을 지속하는 성실한 학습자가 더 높은 곳에 오른다. AI는 천재보다 성실한 사람에게 '고수'가 될 기회를 선사하는 것 같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정신도 다르지 않다. 인간을 향한 따뜻한 마음, 꾸준한 성찰, 성실한 실천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도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AI가 지식을 복제하고 속도를 높이는 시대일수록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는 정성과 진심이다. 요컨대 독창성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상황적응력으로 그 세상을 살아내며, 성실함으로 그것을 완성하는 사람. 그런 이들이야말로 AI 시대의 진정한 창조자이자 세종이 꿈꾼 '백성을 편안케 하는 인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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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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