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원수섭 삼천리인베스트먼트 상무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한국의 제빵 기업이 새 점포를 열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제법 많은 수의 테이블이 빈자리 없이 꽉 찼다. 한국인이 그다지 많지 않은 동네여서 그런지 대부분은 현지 사람이다. 몇몇 테이블은 끼니를 해결할 심산인지 빵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는다. 대형 할인점의 포장된 빵만 접하던 이들은 갓 구운 다양한 빵에 감탄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빵을 긴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하던 그들에게 한국식 빵집은 분명 새로운 소비경험이다. 게다가 커피와 다양한 음료까지 즐길 수 있으니 새로 생긴 빵집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명목 GDP 기준으로 미국은 세계의 26.1%를 차지한다. 우리가 1.62% 남짓인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거대한 경제 규모다. 그래서 더 큰 기회를 찾는 기업이라면 한번쯤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보고 싶을 것이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의 미국 도전이 특히 활발하다. 인구감소와 성장둔화 전망 속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 진출을 경영목표로 삼는 곳이 늘고 있다. 투자사들도 이러한 흐름을 인식하고 있어서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와 달리 해외진출에 성공한 기업이 흔치는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공의 가능성은 결국 기업이 제시하는 가치에 비례한다.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 대부분은 한국 시장에서 가설을 검증한 경우다. 그 가설이 유효했기에 고객을 확보하고 투자를 받았던 것이리라. 하지만 유효했던 시장의 가설이 때론 다른 시장에서는 힘을 잃기도 한다. 시장 환경이 달라 가설이 무의미해지거나, 환경적 차이로 사업 진행이 어렵기도 하다. 설령 가설이 통하더라도 이미 비슷한 사업을 전개 중인 경쟁사가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시장의 문법을 익히는 것과 기존 경쟁사 대비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스타트업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면서 살펴야 할 최소한의 것이 아닐까 싶다. 간혹 스타트업 가운데 미국 시장을 파악하지 못한 채, 심지어 미국 기업보다 기술이나 서비스에서 열위임에도 불구하고 용감히(?) 도전하는 곳이 있다. 인건비를 비롯해 모든 비용이 한국보다 비싼 그곳에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어느새 투자금은 말라버린다. 투자자의 만류에도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진 경영진은 해외진출을 서두른다. 그리고 한국의 사업마저 어려워진다.
두 시장 사이의 간극을 이해한다는 것은 장차 진출할 시장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시장의 차이를 이해한다'라는 문장은 짧지만, 그 문장이 담는 의미는 무겁다. 그것은 새롭게 창업하는 마음으로 시장을 겪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해외진출은 없다.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 중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지 않은 곳이 없다. 길고 겸손하게 보아야 한다. 지금 미국 곳곳에서 사랑받는 한국의 제빵회사 두 곳은 미국 진출을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이 넘었다. 신문에서 접하는 그들의 성공 뒤에는 길고 지루한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