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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전략

박재준 앤톡 대표이사 기사 입력 2025.10.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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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박재준 앤톡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재준 앤톡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필자가 몸담고 있는 앤톡은 디캠프와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주관하는 '디캠프 스타트업 OI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서 금융권 우수 협력 사례로 선정돼 오는 31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회사에서 수행한 금융 및 공공기관과의 협업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다. 만족스러웠던 경우도 있었고, 아쉬움이 남는 케이스들도 있었다. 나름대로 검토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기준과 관건을 정리하였는데, 이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미국 UC 버클리대학교 헨리 체스브로로(Henry Chesbrough) 교수가 2003년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조직 내부의 자원과 외부 기술력 및 아이디어를 연계하면 기업 혁신을 더욱 촉진 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체적인 R&D(연구개발)만으로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대기업들에게 스타트업의 민첩한 기술은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과 기술 기업이 상생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주요 창구로서 부각되며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다. PoC (개념검증), 공동 R&D, 사업 협력 등 여러가지 모습으로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전략적 제휴나 공동 사업으로 결실을 맺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다. 필자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양 조직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 팀을 이루어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가 확립되었을 때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다소 교과서적이며 추상적인 이야기처럼 다가올 수 있지만, 성공적인 협업을 위한 필수 전제다.

먼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서로 본질적으로 다른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역량을 상호 보완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대부분은 일정 기간 내에 성과를 내도록 설계돼 있지만, 행사 종료 이후에도 협업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필자 역시 시중은행의 프로그램 참여 당시엔 단편적인 기술 실증에 그쳤지만, 이후 2년간 8차례 추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제 서비스 상용화를 준비할 수 있었다.

또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진정으로 원 팀 (One-Team) 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은 단순하게 자금을 지원하고 스타트업이 기술 적용 결과물을 만들어 보고하는 거래적 관계로는 내재화된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 공동의 목표와 밀도 있는 논의 과정에서 서로가 가진 지식과 노하우가 공유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상, 오픈 이노베이션 기간 동안 대기업 실무자들과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서 협업을 진행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프로젝트 성공 확률이 높았다.

마지막으로, 수요기업 그리고 스타트업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로 이해관계가 정렬되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의 일방적인 기술력 확보 수단도 아니고, 스타트업의 역량을 과시하는 무대만도 아니다. 스타트업은 단순 실험을 넘어 실제 수요처 니즈에 맞춘 기술 적용을 도모함으로써 명확한 레퍼런스를 확보해야 하고, 대기업은 이를 위한 합리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이를 통해 기업은 명목적인 협업이 아닌 실질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 변화를 모색할 수 있고, 스타트업은 향후 확장을 위한 유의미한 레퍼런스를 얻을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취지와 원리는 단순하지만, 사실 신생 스타트업의 기술을 활용하여 거대한 조직의 비즈니스 혁신을 도모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말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수많은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들이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사업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공통 목표를 설정하고, 유기적인 협력관계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함으로써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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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재준 앤톡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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