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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현장이 남긴 메시지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11.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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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현장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현장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지난달 27~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웨스트에서 열린 북미 최대 스타트업·기술 콘퍼런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세계 각지에서 모인 1만여명의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은 사흘 동안 하루 70여개 세션, 총 200개가 넘는 발표와 토론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시장 가능성을 놓고 치열하게 머리를 맞댔다.

올해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인공지능)였다.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 특별취재팀은 현장에서 AI로 로켓과 위성을 직접 설계하거나 우주·심해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활용할 산업용 신소재를 찾는 등 다양한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을 만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R&D(연구·개발)→시제품 제작→실증→시장 진입' 과정은 수년, 수십년이 걸리던 일이었지만, 이제는 AI가 실험을 설계해 시뮬레이션하고 시제품까지 뚝딱 만들어내니 이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

페이스북·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했던 그레이록파트너스의 제리 첸 파트너는 현장 대담에서 "R&D 성공 여부보다 성공한 기술이 얼마나 빨리 제품이 되어 시장에 나가는가, 그 속도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성과와 가치가 '얼마나 빨리 현장에 와 닿느냐'가 투자 기준이 되는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기업과 정책 담당자들은 'AI 기반 과학기술산업화'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필요한 전문인력을 신속하게 키워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AI+공학'을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를 원한다. 기술 변화는 월 단위로 일어난다. 그런데 정작 교육제도는 3~5년 후를 보고 움직인다. 이 같은 간극이 커질수록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디스럽트에선 규제를 주제로 한 세션이 전체의 4분의 1 을 차지할 정도였다. 자율주행차 도시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조차 규제 문제로 매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기업 관계자는 "기술 개발이 빨라도 허가가 느리면 그 산업은 결국 멈추게 된다"고 말했다. AI로 사업모델을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AI 사업모델을 빨리 승인하는 나라'가 경쟁 우위를 갖는 시대라는 설명이다.

이런 변화가 초래할 사회적 충격파도 분명 존재한다. 디스럽트 현장에서도 최근 AI 전환 속도에 맞춰 아마존이 이달에만 1만4000명을 감원하고, 메타가 600명의 직원을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보도가 여러 좌담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됐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더 이상 예측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충격을 완화하고 새 일자리와 산업 구조를 만들어갈 논의 역시 핵심 화두였다.

우리도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격차'를 확대하는 기술이 될 수 있다. AI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한국이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도, 순식간에 뒤처질 수도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류준영 기자/사진=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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