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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 창의성 확장" 딥테크 창업가들, 거장 감독 발언에 반박

샌프란시스코(미국)=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10.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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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팩토리 in 2025 테크크런치 디스럽트⑧]
영화·미디어 스타트업들이 말하는 'AI와 창의성의 공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등 영화계 AI 활용 거부감
창업가들 "AI는 인간 창의성 대체재 아닌 확장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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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프라티크 딕시트 FLL랩스 대표, 이소영 트웰브랩스 대표, 니콜라 토도로비치 원더다이내믹스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왼쪽부터)프라티크 딕시트 FLL랩스 대표, 이소영 트웰브랩스 대표, 니콜라 토도로비치 원더다이내믹스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생성형 AI(인공지능)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앞으로도 관심을 가질 생각이 없다. 누군가 이메일로 'AI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고 물었길래, 나는 이렇게 답했다. 'AI를 쓰느니 차라리 죽겠다.'"

넷플릭스 신작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연출을 맡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최근 미국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발언이다. 그는 '미믹', '악마의 등뼈', '블레이드 2', '헬보이' 등 다수의 SF(공상과학) 영화를 제작한 세계적인 감독이다. 2023년에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올해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으며 한국 영화 팬들과도 직접 만났다.

델 토로 감독은 최근 영화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생성형 AI 활용' 흐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예술의 가치는 얼마나 적은 노력으로 만들어졌느냐가 아니라,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감수할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기술 중심의 제작 방식이 예술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웨스트에서 열린 북미 최대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 콘퍼런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현장에선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AI 산업 세션에 참석한 영화·엔터테인먼트 분야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AI는 창작의 종말이 아니라, 창작의 확장 도구"라며 델 토로 감독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들은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이라며, 예술과 기술의 공존 가능성을 강조했다.


"AI는 예술을 싸구려로 만들지 않는다"


이날 'AI와 상상력이 만나는 곳'을 주제로 열린 토론에서 니콜라 토도로비치 원더다이내믹스 공동창업자는 "AI는 예술을 싸구려로 만들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원더다이내믹스는 영화 속 실사 배우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3차원(3D) 캐릭터로 변환하는 AI 기반 비주얼이펙트(VFX) 플랫폼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 기술은 헐리우드 제작 현장에서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예술가와 창작자 누구나 고품질의 시각효과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토도로비치 대표는 "초창기 CGI(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등장했을 때도 같은 논쟁이 있었다"며 "그때도 기술의 남용을 우려했지만, 결국 좋은 작품은 언제나 살아남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AI 역시 예술의 본질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저는 원래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는데, SF 영화를 제작하려면 최소 1억달러(약 1430억원) 이상이 필요했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제작비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다 기술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탄생한 원더다이내믹스는 실제 배우의 연기를 자동으로 3D 캐릭터로 전환해주는 플랫폼으로 발전했고, 지금은 헐리우드의 제작 효율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토도로비치 대표는 "AI는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작업을 줄여주고,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와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의성을 확장시키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프라티크 딕시트 FLL랩스 대표, 이소영 트웰브랩스 대표, 니콜라 토도로비치 원더다이내믹스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왼쪽부터)프라티크 딕시트 FLL랩스 대표, 이소영 트웰브랩스 대표, 니콜라 토도로비치 원더다이내믹스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기술이 인간의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시대"


이어 마이크를 받은 이소영 트웰브랩스 공동창업자도 니콜라 토도로비치 대표의 발언에 공감하며 "AI를 잘 활용하려면 훈련된 창의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웰브랩스는 영상 속 장면의 맥락과 의미를 스스로 이해해 검색·요약·추천할 수 있는 '비디오 이해 AI'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텍스트 대신 영상 자체를 기반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멀티모달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능력"이라며 "결국 어떤 프롬프트를 주고, 어떤 스토리텔링을 하느냐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AI의 대중화'가 가져온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챗GPT 이전에도 AI는 존재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사람들이 '이런 AI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고, 그 상상이 곧 새로운 창작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작가나 연출자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일 뿐, 창작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며 "기술이 인간의 상상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시키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영상 콘텐츠는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접근성을 중시"


인도 기반 미디어 AI 스타트업 FLL랩스의 공동창업자 프라티크 딕시트도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토리는 미디어 속에 있다"며 "우리는 태그 기반으로 장면을 찾고, 재조합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 창작자의 상상을 확장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FLL랩스는 영상과 이미지 속 비정형 데이터를 맥락적으로 이해해 장면을 검색·편집·재조합할 수 있는 AI 기반 미디어 분석 플랫폼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사용자는 태그를 기반으로 특정 장면을 손쉽게 찾아내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다.

딕시트 대표는 "앞으로는 영화뿐 아니라 모든 영상 콘텐츠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휴대폰 영상, 광고, 영화 등 모든 장면의 의미를 읽어내는 AI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토론의 마지막에서는 AI 학습 과정에서의 윤리 문제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데이터의 출처와 사용 방식의 투명성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딕시트 대표는 "윤리적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지만, 여전히 품질과 윤리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토도로비치 대표도 "우리는 실제 영화 촬영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합성 데이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며 "속도는 느리지만, 이런 방식이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이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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