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송기영 홀리데이로보틱스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SK증권빌딩에서 열린 '2025 모험투자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현 기자인공지능(AI)이 디지털 세상을 넘어 물리적 세계에 진출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열렸다. 로봇이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거대 AI 모델 하나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의 신체 제어 방식처럼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한국성장금융)은 4일 서울 여의도 SK증권빌딩에서 '2025 모험투자포럼'을 개최했다. 'AI 시대, 데이터와 모험자본이 만드는 국가 경쟁력'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허성무 한국성장금융 대표를 비롯해 벤처캐피탈(VC), 출자기관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조 강연자로 나선 송기영 홀리데이로보틱스 대표는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로봇 제어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시각(Vision)과 언어(Language)를 결합한 거대 AI 모델에 방대한 데이터를 쏟아부어 로봇의 행동을 한 번에(End-to-End) 제어하려 한다"며 "하지만 이 방식은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소모해 비용과 속도 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확보 방식인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의 현실적 한계도 지적했다. 모방 학습은 사람이 일일이 로봇을 원격 조종해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이다. 송 대표는 "상용화 가능한 99.9% 성공률을 얻으려면 수만 번의 반복 시연이 필요한데, 사람의 노동력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에 송 대표가 대안으로 제시한 해법은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차용한 '계층적 제어'다. 거대 AI 모델에 모든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대신, 판단 영역과 운동 영역을 분리하면 데이터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정교한 동작 구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람의 뇌가 판단을 내리는 대뇌와 무의식적 운동을 조절하는 소뇌로 나뉘어 있듯, 로봇 AI도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송 대표는 "판단과 추론, 계획 수립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로지컬 AI(Logical AI)가 맡고, 실제 근육을 움직이고 균형을 잡는 일은 피지컬 AI가 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지컬 AI가 효율적으로 운동 능력을 학습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학습'을 제시했다. 현실에서 수만 번 넘어지며 배우는 대신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관건은 가상과 현실의 물리 법칙 차이인 '심투리얼 갭(Sim-to-Real Gap)'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물체를 쥘 때 발생하는 미세한 마찰과 충돌을 가상환경에서 완벽히 구현하기 어렵다는 점이 기술적 난제로 꼽힌다.
송 대표는 "단순 이동을 넘어 손으로 물체를 조작하는 단계로 나아가려면 충돌 모델을 정교하게 계산하는 고도화된 시뮬레이터 기술 확보가 선결 과제"라며 "시뮬레이터 자체의 기술력이 곧 피지컬 AI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을 주최한 한국성장금융은 10년간의 모험자본 공급 성과를 공유했다. 허성무 대표는 "한국성장금융은 현재 약정액 기준 10조9000억원 규모의 모펀드를 운용하며, 이를 통해 52조원이 넘는 자펀드를 조성했다"며 "앞으로도 딥테크, 스케일업 분야 투자를 활성화해 민간 자본과 정책 자금이 조화롭게 작동하는 모험투자 플랫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출자 사업은 약 1조원 규모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성장금융 측은 "현재 확정된 내년도 출자 예상액은 블라인드 펀드에 약 6000억원, 프로젝트 펀드에 약 4000억원이 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성장펀드(가칭)' 등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정책 펀드를 제외한 수치다. 향후 해당 재원이 포함될 경우 전체 출자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재원 조달 창구도 다변화한다. 한국성장금융은 기존 정부 부처 중심의 모펀드 조성에서 나아가 내년에는 연기금과 증권유관기관 등의 자금을 유치해 신규 모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우수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시상하는 'K-Growth Awards'도 함께 진행됐다.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가 'THE BEST 운용사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