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칼럼]
투자 유치는 스타트업의 실력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으로 활용된다. 어디에서 얼마를 조달하여 어느 정도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느냐는, 사업의 내용을 세세히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기업의 성장 궤도를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내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토대로 어떤 기업이 '잘 나가고 못 나가는지' 암묵적으로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우 투자 유치가 스타트업 창업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처럼 간주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부트스트랩 전략에 기반한 자생적 성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트스트랩이란 '자기 자신의 부츠 끈을 잡아당겨 스스로 일으킨다는' 표현에서 유래되었으며, 대규모 투자 없이 기업 자체적으로 수익 창출을 통해 경영을 이어나가는 방식을 지칭한다. 쉽게 말해, 스스로 벌어 성장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도의 기술 개발을 요하는 현재의 창업 생태계 및 시대적 맥락에서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의아하고 막연할 수 있지만, 창업자의 사업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 추구하는 경영 철학에 따라 부트스트랩 전략이 오히려 더 적합할 수 있다.
먼저, 부트스트랩 경영을 실햄함에 있어 아이디어만 존재하고 현금 유입이 제한적인 창업 직후가 가장 막막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 시스템이 가장 발달된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업화 및 기술 개발 지원사업을 십분 활용하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 중에서는 청년창업사관학교 및 창업 패키지가 존재하고,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디딤돌 창업성장기술 개발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 과제와 연계하함으로써 초기 시제품을 개발을 위한 재원은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는 정부 지원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신속하게 매출 실현으로 넘어가야 한다. 현재 대기업 및 공공기관들은 내부적으로 초격차 기술 도입과 인공지능 전환 (AX)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협력 가능한 스타트업들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 시중에 각종 오픈이노베이션 및 PoC (개념 검증) 프로그램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B2B(기업간거래) 및 B2G(기업과정부간거래) 영역에서 판로를 개척함으로써 매출 창출은 물론 훌륭한 사업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고 부트스트랩 경영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생존을 넘어 부트스트랩 방법론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자생적 사업 모델을 확립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건비 등의 비용은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매출은 선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매월 현금 유입과 유출을 고려하여 결제 지급 시점을 배정해야 하고, 정기적인 구독성 매출 비중을 늘리기 위하여 노력해야한다. 체계적인 현금 관리를 통해 '돈맥경화' 리스크를 줄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재투자 계획까지 설계할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앤톡은 핀테크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지난 10년 동안 부트스트랩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다. 그 과정을 겪었기에 외부의 투자 없이 자생적 토대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안다. 더디고 외로우며 고단한 일이지만, 장점도 매우 분명하다. 경영권이 희석되지 않아 성장과 변화에 대한 의사결정이 자유롭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지난 몇 년간 계속된 투자 혹한기처럼 자금이 풀리지 않는 시장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전략적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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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투자 유치 보다 부트스트랩 방식이 우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창업 성공을 위해 투자가 유일한 수단 혹은 필수 전제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싶다. 따라서 자금 유치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창업자 성향, 서비스 유형이나 수익 창출 방식에 따라 자생적 사업 모델도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산업 동향에 따라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선택적으로 차용할 수 있는 체질이 된다면, 창업 기업의 발전 경로는 더욱 더 다양해지고 성장을 위해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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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박재준 앤톡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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