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전부터 '어콰이어드 (Acquired)'라는 팟캐스트를 애청하고 있다. "모든 기업에는 이야기가 있다 (Every company has a story)"라는 모토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위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숨겨진 성장 스토리와 전략을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도출한 주요 시사점들을 청취자들이 기업 경영에 접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현재 애플 팟캐스트와 스포티파이 (미국 기준) 기술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꼭 들어야하는' 프로그램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어콰이어드에서 다루는 기업들은 우리가 모두 아는 회사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코스트코, 디즈니, 테슬라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사례들이다. 모두 훌륭한 기업들이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나 친숙한 브랜드들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들에 대한 소개가 자칫 진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 팟캐스트의 차별적 경쟁력은 바로 경영사학적 접근, 즉, 기업의 비즈니스 역사를 분석하는 형태로 깊이 있게 성장 과정 전체를 다룬다는 점일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의 행보와 현재의 전략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대다수의 방송과 달리, 설립 혹은 그 이전 시기부터 기업들을 추적하여 관련 기록을 조사한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회사인 나이키의 이야기는 무려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 필 나이트가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리본스포츠를 설립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60년간의 활동들을 각종 문헌 조사와 시기별 임직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고증하고 정리한다. 이를 통해, 주요 시기별로 어떻게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에 대응하며 성장을 이어왔는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다양한 성공 기업들의 사례를 들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비록 경영 환경이 상이한 수십 년 전의 일들이지만 현재와 유사한 점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시장 경쟁, 재무 구조, 조직 문화, 기술 변화 등 그 당시 기업가들이 고민했던 주제들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가지고 오늘날의 스타트업 창업가들도 매일 씨름하고 있다. 단지 시대적 맥락에 따라 겉모습이 달라졌을 뿐, 시간을 관통해서 동질의 위기와 기회는 반복해서 혁신 기업들을 찾아오는 것 같다.

역사는 거시적으로 국가 차원에서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며, 모든 기업 단위에서도 변화와 성장의 역사가 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에드워크 카(EH Carr)가 자신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성공한 기업들의 발자취를 연구하고 벤치마킹함으로써 지금 창업가로서 가지고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충분히 반추해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선배 기업가들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고, 과감한 승부수를 응용해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문학적 접근은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주요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앤톡에서는 성공기업들의 공통적인 성장 패턴과 핵심 성공요인을 모형화해서 기업 발굴을 수행하는 성공경로예측 (Victory Road)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다수의 금융 및 공공기관들과 모형 검증 프로젝트를 실시한 결과, 과거 성공 기업과 비슷한 속성을 보유하고 활동 양상을 띠는 스타트업들이 실제 성과 창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기술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향후 트렌드와 변화 방향성을 예측하려고 하며, 또 그것에 대한 대응 방안을 생각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내다보기 위하여 혈안이지만, 역사는 반복되기에 때로는 역설적이게도 그 답은 과거에 있을지 모른다. 자신이 속한 산업과 기술 분야의 아이콘 기업들을 치밀하게 뜯어 보고 지나 온 역사와 그 속의 분투를 들여다봄으로써 다가올 날들에 대한 혜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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