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철원 어피닛 대표/사진제공=어피닛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전년대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와 거래소가 추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 등 구조적 개혁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 결과다. 단순히 주가 지수의 회복을 넘어 미래 산업을 이끄는 혁신 기업들이 자본시장과 적극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 어피닛과 같이 AI(인공지능)·핀테크(금융기술)를 무기로 신흥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들은 국내 자본시장의 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고성장 국가에서 거둔 성과는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우리 경제의 영토를 확장하는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AI 등 혁신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지금이야말로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우리 기업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다만, 현재의 제도적 환경이 역동적인 해외 현장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의 속도를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신흥국 시장은 매년 급격한 디지털 전환과 규제 혁신이 일어나는 '기회의 땅'이지만, 국내 상장(IPO) 기준을 적용할 때는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만 해석되는 경향이 짙다. 현지의 회계 처리 방식이나 자산 가치 평가의 특수성이 국내의 보수적인 잣대와 충돌하면서 실제 성장 잠재력보다 불확실성이 더 크게 부각되는 탓이다.
이러한 괴리는 결국 '해외 진출 기업의 상장 난항'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개별 기업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모험 자본 생태계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털(VC) 등 초기 투자자들에게 있어 IPO(기업공개)는 가장 확실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로다. 하지만 신흥국에서 아무리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더라도 국내 증시 입성의 문턱이 높다면 투자자들은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신흥국에서 성공해도 엑시트가 어렵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유망 기업의 해외 도전을 위한 초기 자금줄이 마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초기 투자 유치가 어려워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기업이 나오기 힘든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유망한 기업이 신흥시장을 공략할 '실탄'(초기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대규모 성장을 이루지 못하니 상장할 만한 우량 사례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의 부재는 다시금 '신흥국 진출 기업은 상장이 어렵다'는 시장의 보수적 관점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신흥국 진출 성공'과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이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다. 정부와 거래소가 보여준 강력한 혁신 의지가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사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글로벌 진출 기업 특례 상장 트랙' 신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현지 실사 및 가치 평가 절차를 합리적으로 간소화하고, 당장의 재무적 지표뿐만 아니라 현지 시장 점유율이나 성장률 등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비중 있게 평가하는 유연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증시의 진정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은 큰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튼튼해진다. 글로벌 무대에서 검증된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더 많이 유입될 때 우리 자본시장은 다양성·성장성을 모두 갖춘 선진시장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