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칼럼]

과거에는 위조상품 셀러들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관심을 끌기 위해 브랜드가 정식 촬영한 제품 사진과 홍보 이미지를 그대로 복제해 사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단 복제 행위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였고 이를 근거로 플랫폼에 신고하면 대다수 위조상품 게시글이 삭제됐다. 저작권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속도가 빠른 '첫 번째 대응 카드'였던 셈이다.
하지만 생성형 AI(인공지능)의 등장은 이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이제 위조상품 셀러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쓰지 않는다. 대신 AI 이미지 도구를 이용해 색상, 배경, 질감, 구도, 심지어 제품이 놓인 환경까지 바꾼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원본 이미지를 불러와 몇 가지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소비자에게 정품 브랜드의 분위기와 감각을 전달하면서도 원본과 다른 이미지를 단 몇 초 만에 생성한다.
문제는 이렇게 변형된 이미지를 사용하면 단속이 훨씬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현행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사진이라는 '표현물' 자체가 변형돼 원본과 실질적으로 다른 모습이 되면 침해로 보기 힘들다. 특히 AI 변형은 색감·구도·배경 같은 표현 요소를 손쉽게 바꿔 외형상 상당히 달라 보이게 만든다. 이 경우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저작권 침해를 근거로 한 삭제 요청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AI 이미지가 범람하는 마켓플레이스에서 저작권 기반 단속의 효율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한 장의 사진으로 수백 건의 위조상품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같은 상품이라도 수십 가지 변형 이미지가 동시에 유통되며 단속망을 피한다. 법이 개정돼 AI 변형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 범위가 확장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변화 속에서 상표권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진다. 이미지가 변형되더라도 소비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위조 셀러들은 여전히 브랜드 이름, 로고, 특징적인 심볼을 사용한다. 이러한 요소는 브랜드의 '식별표지'로서 상표권의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 상표권은 표현 방식이 아니라 표지 자체를 보호하기 때문에 이미지가 AI로 재창작됐더라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지가 포함돼 있으면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이는 AI 변형 이미지 환경에서도 변함없이 유효한 집행 근거다.
앞으로의 브랜드 보호 전략은 저작권 중심에서 상표권 중심으로 무게를 옮겨야 한다. 기업은 한정된 예산과 시간을 상표권 확보와 집행에 더 많이 배정해야 한다. 핵심 상품군과 주요 판매국에서 선제적으로 상표를 출원·등록해야 한다. 또 플랫폼별로 상표권 침해 신고 절차를 최적화하고 침해 사례를 신속히 분류·대응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상표권은 이제 단순한 법적 권리가 아니라 AI 시대의 위조상품 대응에서 마지막 확실한 방어선이다. 저작권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변화하는 침해 수법에 발맞춰 권리 구조와 예산을 재편하고 전문가와 협력해 맞춤형 상표권 전략을 설계하는 기업만이 AI 시대의 위조상품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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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형준 마크비전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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