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장기펀드가 놓친 '가장 오래 기다린 사람들'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6.07.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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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국민성장펀드가 새로 내놓은 '초장기기술투자펀드(이하 초장기펀드)'의 존속기간이다.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양자컴퓨팅처럼 성장이 오래 걸리는 딥테크 분야에 투자금이 조급하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통상 7~8년이던 벤처펀드의 만기를 두 배 가까이 늘렸다.

방향은 타당하다. 기술의 상용화 속도와 자본의 회수 주기 사이에서 발생하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다. 그런데 이 '기다림의 펀드'가 정작 벤처 생태계에서 가장 오래 기다려온 주체들을 초대하지 않았다. AC(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일 산업은행에서 열린 공청회의 참석 대상은 VC(벤처캐피탈)와 PEF(사모펀드), LP(민간출자자)로 한정됐다. 극초기 딥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온 AC는 논의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단순한 자리 배치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초장기펀드의 운용사(GP) 선정 대상에서 AC를 제외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동운용사(Co-GP) 형태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대형 하우스 몫이 새로 추가된 상황을 고려하면, Co-GP라는 문 AC에게는 사실상 닫혀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물론 초장기펀드 중 가장 작은 소형 리그조차 결성액이 850억~1000억원 안팎에 달한다. 건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규모를 집행해 온 AC의 체급으로는 단독 운용이 버거운 규모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자본의 규모 논리가 펀드의 본래 취지를 덮어버렸다는 점이다. 이 펀드가 목표로 하는 '중기 단계의 탄탄한 딥테크 기업'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연구실에 묻혀 있던 기술을 알아보아 법인을 세우고, 시장에 안착하도록 수년간 곁을 지킨 초기 육성 과정이 있었기에 비로소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체급으로 자란다.

그 손길을 전문으로 해온 것이 AC다. 펀드의 운용을 모두 AC에게 맡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초기부터 끝까지 함께 키운다'는 초장기펀드의 명분과 AC의 존재 이유가 일맥상통하는데도 이들이 소외됐다는 게 문제다.

체급 격차가 문제라면 대형·중형 GP와 AC를 잇는 Co-GP 트랙을 별도로 설계하거나, 극초기 발굴 및 보육 실무 역량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의 연결고리를 얼마든지 고민해볼 수 있다. '초장기'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정책 펀드가 되려면, 늘어난 기간만큼이나 함께 달릴 플레이어들의 스펙트럼도 충분히 넓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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