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시니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 기사 입력 2025.08.03 13:0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사진제공=케어링
김태성 케어링 대표/사진제공=케어링
5년 동안 1만명 넘는 어르신들께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처음의 생각과 달라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얼마나 좁은 시선에서 어르신들을 바라보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시니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이 책의 내용은 물고기를 인간의 시선으로 분류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보여준다. 시니어 시장도 비슷하다. 공급자들은 시니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정의하고 판단한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이런 걸 팔아보면 잘되지 않겠어?", "시니어는 이런 걸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시니어란 무엇일까. 사실 그 어디에도 제대로 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65세가 넘으면 시니어일까? 은퇴하면 시니어일까? 나이를 먹었다고 이마트에서 쇼핑하다가 갑자기 재래시장에 가지 않는다. CGV에서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대한극장으로 가지 않는다. 바뀌는 건 없다. 그냥 시장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졌을 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혀 다른 서비스가 아니라 조금 더 배려가 있는 서비스이다. 약간 더 큰 활자, 너무 복잡하지 않은 키오스크, 모바일도 좋지만 오프라인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시니어'라는 새로운 집단이 존재하고, 그들은 전혀 다른 소비를 할 것이고, 그들에겐 전혀 다른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착각한다. 잘못된 정의에서 출발한 비즈니스는 잘 되기가 쉽지 않다.

나이 든 사람들도 젊은 사람들과 똑같은 욕망을 가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고, 멋진 공간에 가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고, 관심도 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시장은 그들을 욕망이 둔화된 대상,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너무 쉽게 치부한다. '시니어라는 추상적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니어를 이해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요양시장에 적용하면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인다. 케어링은 어르신 댁으로 요양보호사를 보내는 방문요양과 어르신들을 센터로 모시는 주간보호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주간보호센터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조금씩 편찮으시지만 그럼에도 다들 멋져 보이고 싶어한다.

사업 초반에 주간보호센터에 오신 한 여자 어르신께 "오늘 옷이 너무 멋지시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수줍게 웃으시던 모습을 보고 더 크게 깨닫게 됐다. 그래서 생각했던 게 "내가 나중에 나이를 먹으면 어떤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고 싶을까?"였다.

'어르신들은 이런 걸 좋아할거야'라고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고 '내가, 그리고 우리 엄마가 다니고 싶은 주간보호센터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아이디어를 냈다. 생각 끝에 식사 중심의 1세대, 운동·재활 중심의 2세대를 넘어, 뷰티·스파 컨셉의 3세대 프리미엄 주간보호센터를 선보이게 됐다.

주간보호센터라고 느끼지 못하도록 고급 리조트에 쓰이는 자재와 조명을 사용하고 피부 마사지, 네일아트, 족욕 서비스, 새치 염색까지 받으실 수 있도록 했다. 주간보호가 필수적으로 가져가야 할 운동, 식사, 재활 프로그램 역시 당연히 다 들어가 있다.

3세대 주간보호센터는 사전접수에서 약 70%가 마감될 정도로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중요한 건 어르신들을 케어를 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관점이 아니라 능동적인 어른으로 대하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오고 싶은 공간, 자신감이 생기는 공간으로 바꾸면 일하는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사회복지사 선생님들도 어르신을 대하는 모습이 달라진다.

시니어라는 대상을 나와는 전혀 다른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 거기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케어링  
  • 사업분야엔터∙라이프스타일
  • 활용기술기타
  • 업력***
  • 투자단계***
  • 대표상품***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케어링' 기업 주요 기사

관련기사

  • 기자 사진 김태성 케어링 대표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