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중국의 알리페이·위챗페이 기반의 '현금 없는 사회' 정책이 있다면, 인도에는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라는 정책이 있다. 인도는 지난 10여년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에 힘입어 디지털 결제와 모바일 인프라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그 결과 인도의 실시간 결제 시스템인 UPI(통합 결제 인터페이스)는 하루 평균 6억 5000만건이 넘는 거래를 처리하며, 전 세계 비자(Visa) 신용카드 결제 건수를 넘어섰다. UPI 결제가 전 세계 결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48.5% 이른다. 매년 개통되는 스마트폰 수도 수천만대에 달하며, 디지털 격차 해소의 핵심인 5G 확산 속도 또한 빠르다. 2024년 3분기 기준으로 이미 2억 명이 넘는 인도인이 5G 네트워크에 가입해 전체 모바일 사용자 중 약 25%를 차지한다.
이처럼 인도 소비자들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QR코드 결제, 모바일 뱅킹, 디지털 보험, 소액 투자까지 공공·민간을 망라하는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된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스트리밍, 전자상거래, 음식 배달, 교육, 건강관리까지 일상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무엇보다 농촌과 도시 간 디지털 격차마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올해 기준 전체 인도 인터넷 이용자의 55%가 농촌 거주자이며, 이들 역시 모바일 결제와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도 시장은 단순히 인구가 많은 나라가 아니라 모바일 기반 초대형 디지털 소비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 특히 디지털·AI(인공지능) 분야의 기업들에는 전례 없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통신 인프라 속에서 지난 15년 이상 축적해온 모바일 서비스 개발 경험과 실행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UX)과 인터페이스 설계, 프론트엔드 개발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인도와 같은 해외에서 활용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면 'AI 강국'의 도래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밸런스히어로는 한국에서 축적한 모바일 서비스 개발 경험과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기반으로 AI와 머신러닝 기술력을 더해 지금의 핀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전통적인 금융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던 10억 인도인들의 스마트폰 데이터 등 9만개 이상의 데이터셋을 추려 자연어처리(NLP), 텍스트 생성모델(LLM), 데이터 모델링, 추천시스템 등을 활용해 금융 AI 디시저닝 플랫폼(Finance AI Decisioning Platform)을 구축했다. 제도권 신용 점수가 없는 인도인들이 우리의 대안 신용 평가 시스템(ACS)을 통해 통해 신용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결국 인도의 디지털 혁명은 '규모의 경제'와 '속도의 경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무대다. AI는 이 시장에서 선기를 잡을 수 있는 막강한 무기다. 한국은 이미 이러한 환경에서 혁신을 이뤄낸 경험이 있으며, 축적된 기술력과 도전 정신을 기반으로 이 거대한 파도에 올라탈 자격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 한국이 직면한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 반드시 인도 같은 거대 신흥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 측면에서나, 인구와 시장 규모 측면에서나 인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금 이 디지털 전환기 속에서 인도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를 선점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한국 AI와 디지털 기술의 미래는 지금, 인도라는 거대한 실험장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때다.